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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이주열 총재 “우리 경제 바닥 다지는 중, 내년 중반부터 완만한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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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이주열 총재 “우리 경제 바닥 다지는 중, 내년 중반부터 완만한 개선”

입력
2019.11.29 12:43
수정
2019.11.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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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금융통화위원회의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조심스럽긴 하지만 우리 경제가 현재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 아닌가 싶다”며 “내년 중반부터는 대외 불확실성 완화, IT(정보기술)업계 실적 개선에 힘입어 수출 및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우리 경제 성장률이 올해 2.0%, 내년 2.2%로 잠재성장률(2.5~2.6%)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하며 “성장 회복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지금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금융안정 측면에서 리스크가 축적될 거란 우려가 높은 게 사실”이라며 “금융불균형이 심화할 가능성을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발표한 의결문에 지난달 직전 회의에 포함됐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7월, 10월)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문구가 빠진 점,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1명(신인석 위원)에 그친 점, 이 총재가 금융안정 측면을 강조한 점 등을 들어 한은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음은 이 총재의 일문일답.

-한은이 예상하는 향후 우리 경제 흐름은. 둔화 국면이 이어질 걸로 보는지, 본격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는지.

“조심스럽긴 하지만 국내 경기 흐름은 현재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 아닌가 싶다. 다소 등락은 있을 수 있겠지만, 한은은 경기가 당분간 현 수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다가 내년 중반부터는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올해에 이어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잠재성장률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라 성장 회복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순 없다.”

-금통위 의결문에서 ‘이전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문구가 빠졌다. 정책적 함의가 있나.

“중앙은행이 금리를 결정한 뒤 그 영향과 효과를 살펴보는 건 상시적 업무다. 해당 표현이 넣거나 빼는 것이 향후 통화정책의 구체적 방향을 시사하기 위한 조치는 아니다.”

-선진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채권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처럼 금리 이외 통화정책 수단을 검토하고 있나.

“앞으로 금리 정책 여력이 소진될 상황에 대비해 다른 정책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이다. 다만 특정 수단 시행을 염두에 두지 않고 비전통 정책수단을 폭넓게 살펴보고 있는 단계다. 또 현행 기준금리 수준으로 볼 때 아직은 금리정책 대응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제 회복의 양대 관건은 반도체 경기 반등 시점과 회복 정도, 미중 무역분쟁 추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시나리오를 갖고 내년 성장률을 전망했나.

“질문한 대로 두 변수가 우리 경제에 대단히 중요하므로 전망 과정에 많이 고려했다. 반도체 경기는 최근 메모리반도체 단가 하락세가 주춤하고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 매출 등 선행지표가 개선되고 있다. 전문기관들은 이를 근거로 내년 중반쯤엔 반도체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설 걸로 보고 있고, 우리도 이를 참고하고 있다. 다만 회복 정도는 2018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걸로 본다.

미중 무역분쟁은 최근 1단계 협상 타결 여지가 넓어지는 등 상당폭 완화됐다. 앞으로 미중 분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을 거라는 게 일반적 견해이고 우리도 경제전망을 할 때 이를 기본적 시나리오로 설정했다. 예상대로 양국 분쟁이 완화되면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투자 증대, 글로벌 교역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우리 수출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금융불균형 우려가 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 경제주체의 수익추구(위험선호) 성향이 높아지고 금융기관 수익성은 저하되면서 금융안정 부문에 리스크가 축적될 거란 우려가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실제 초저금리를 운용하는 10여개국을 조사한 결과 이러한 금융안정 리스크가 증대된 걸로 파악됐다. 우리 역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가 늘어나는 등 위험선호 경향이 강화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을 꾸준히 펼치면서 금융안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어느 정도 억제되고 있다.”

-주택가격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 향후 집값 흐름은 어떻게 전망하나. 집값이 오르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것인지.

“최근 동향을 보면 비수도권 집값은 하락세가 멈췄고 수도권에서는 오름세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 의자가 워낙 확고해 보이기 때문에 주택가격의 방향성을 단정적으로 얘기하긴 어렵다. 누차 얘기했지만 통화정책은 주택가격 움직임에 직접 대응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는 주택시장에 자금이 쏠릴 경우 가뜩이나 높은 가계부채 수준이 더욱 높아져 금융안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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