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TV 사회자, 지난해 10월 방송서 구하라 관련 행동 물의
제보자 “리벤지포르노를 19금 동영상 취급…용서 못해”
일본의 한 방송이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가수 고(故) 구하라의 ‘리벤지포르노’ 사건을 조롱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온라인에서 공분을 낳고 있다.
논란은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자신을 일본인 유학생이라 밝힌 작성자가 28일 ‘일본 언론매체의 현실, 꼭 읽어주셨으면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확산됐다. 작성자에 따르면 니혼TV의 ‘정보라이브 미야네야(情報ライブ ミヤネ屋)’에서 사회자 미야네 세이지(宮根誠司)가 과거 구하라 관련 리벤지포르노 피해를 설명하던 중 문제가 발생했다. 그가 방송에서 패널에 인쇄된 리벤지포르노 그림의 재생 버튼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이거 재생이 안 되네? 이상하다”고 말한 것이다. 이 그림에는 성인 동영상을 표기하는 ‘秘(숨길 비)’도 새겨져 있었다.
해당 방송은 지난해 10월 리벤지포르노 사건이 불거지던 무렵에 방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함께 진행하던 보조 사회자가 “재생되지 않는다”고 만류하기도 했으나 미야네는 다른 출연자를 향해 “좀 기대한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미야네는 당시 일본 시청자들로부터도 리벤지포르노에 대한 방송 중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이 프로그램은 구하라 사망과 관련해 악성 댓글과 동영상 유포 등으로 인한 이른바 ‘손가락 살인’을 당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한 차례 홍역을 치렀음에도 이번 사망 보도에서는 구하라의 자택을 찾아가 화면에 여과 없이 내보낸 점 등으로 다시 지적을 받고 있다.
작성자는 “많은 사람들이 시청하는 공공매체에서 게스트도 아닌 사회자가 불법유출과 폭행 피해로 고통을 받은 고인을 다루면서 해당 영상을 19금 동영상처럼 취급한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미야네 말고도 이같은 (사람들로 인한) 리벤지포르노 문제로 구하라가 세상을 떠나는 결정을 하게 됐다고 생각하는데, 하늘나라에 가고나서도 이런 취급을 받는 걸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가족들을 무시하는 행동을 넘어 잘못하면 국제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번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바로 니혼TV에 의견을 보냈다”며 “미야네를 비롯해 일본에서 흔히 ‘아저씨(おじさん)’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심각한 문제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종의 성희롱 사건이 종종 있는데, 사회가 발전하면서 이런 문제도 해결돼야 하지만 아직 일본에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성적인 것은 일단 다 개그 소재로 활용하고 보려는 습관이 저런 장면을 낳았는데, 성에 개방적인 것과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을 혼동하지는 말았으면”(H****), “일본 방송사가 연예인들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은 익히 들어왔는데 정말 선을 넘었다, 일본 젊은층이 문제시하고 있어 다행”(동****), “영상을 찍어서 협박한 사람이나 미야네나 똑같은 인간”(M****)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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