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무역협회 회장이 내년 우리나라 수출이 약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가격이 40% 가까이 떨어졌던 반도체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서고, 자동차와 부품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김 회장은 28일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제56회 무역의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글로벌 무역, 통상 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출이 10% 이상 줄었지만, 내년에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경제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등에 따르면 내년 세계 시장은 3.4% 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우리 수출도 3.3%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역협회는 내년 수출이 5,61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메모리 재고 정상화로 반도체 단가 회복이 나타나고, 반도체, 컴퓨터 수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말. 또 5세대(5G) 이동통신 도입 확대에 따른 스마트폰 고사양화, 수요확대 등으로 반도체 수출만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완성차와 자동차부품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차 중심의 신차 효과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선전을 이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김 회장은 내년 수출성장 또 다른 해법으로 아세안 진출 확대를 꼽았다. 지난해 아세안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전체 20% 비중을 넘어섰다. 최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타결,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생산공장 건립 등으로 내년 한ㆍ아세안 수출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세안 진출을 확대하면 현지 공장으로 소재, 부품 수출이 늘어나고, 완성품에 대한 무역 규모도 커지게 된다”며 “아세안은 잠재력이 큰 시장이고, 그들이 우리나라에 제공하는 노동력의 가치고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아세안 지역 자체뿐만 아니라 사람들에 대한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장기적으로 기업 혁신과 서비스 수출 비중 확대, 리쇼어링(제조업체 자국 귀환)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 도래로 인건비 비중이 자꾸 낮아져 선진국들이 구태여 인건비가 낮은 곳에서 제조를 하지 않는다”며 “인건비 비중이 줄어드니 선진국이 리쇼어링에 나섰고 우리도 리쇼어링을 적극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가치사슬(GVC)의 변화로 상품 수출의 양적 성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세계 GVC 참여율은 지난 2011년 52.6%에서 2017년 52.9%로, 중간재 교역 비중은 2013년 61.3%에서 2017년 56.5%로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중간재 수출이 많은 우리나라가 타격을 많이 입고 있다.
김 회장은 “GVC가 과거와 달리 쇠퇴하고 있는 탓에 제조업 수출이 이전 성장시기처럼 늘어날 수 없다”며 "내년에도 보호무역주의, 기업투자 및 소비 위축 등 불안요인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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