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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황교안이다” 당대표 실려가자 출구 닫아버린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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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황교안이다” 당대표 실려가자 출구 닫아버린 한국당

입력
2019.11.28 18:44
수정
2019.11.28 19:2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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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3일까지 ‘패트 법안 저지’ 끝장 투쟁 예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대표의 극한 단식 투쟁이 자유한국당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반대 투쟁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당 지도부는 황 대표가 8일간 단식 끝에 의식을 잃고 병원에 이송된 다음날인 28일 “우리가 황교안이다”를 외치며 강성 투쟁 의지를 드러냈고, 실제로 정미경ㆍ신보라 최고위원은 황 대표 뒤를 이어 공조 단식에 돌입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이 예고된 12월 3일까지 ‘끝장 투쟁’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대표 단식은 끝나지 않았다”며 “(여당이) 패스트트랙 폭거를 멈출 때까지 계속해서 또 다른 황교안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황교안이다”는 구호를 연신 강조했다. 황 대표 지지자들이 그간 황 대표 단식을 응원하기 위해 “내가 황교안이다”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리기 운동을 펼친 것에 착안해 당이 내세우고 있는 연대 구호였다. 박맹우 사무총장도 오후 의원총회에서 “대표님이 목숨 걸고 시도한 단식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의원들이) 그 뜻을 이어나가고 확대시켜 나가면 좋겠다”고 가세했다.

의원들 사이 투쟁 방안으로 거론되던 ‘동조 단식’도 정미경ㆍ신보라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감행됐다. 두 최고위원은 황 대표가 신촌세브란스 병원으로 이송된 지 2시간 뒤인 이날 새벽 1시 청와대 사랑채 인근 황 대표의 농성장에서 함께 단식에 나섰다. 신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지도부로서 먼저 나서게 됐다”며 “우리의 뜻이 이뤄질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정미경(왼쪽)·신보라 최고위원이 28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인근 황교안 대표 단식농성장에서 동조 단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정미경(왼쪽)·신보라 최고위원이 28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 인근 황교안 대표 단식농성장에서 동조 단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같은 극한 투쟁 방안이 당내 주류 의견으로 부각되면서, 일각에서 본회의 표대결이 불리한 현실론을 들어 제기해온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 참여의 필요성은 힘을 받지 못하고 수그러든 모습이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협상 주장이 한 차례 나왔다 투쟁론에 묻혔다면, 이날 총회에선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고 참석 의원들은 전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대표가 쓰러진 상황이다. 협상 생각이 들더라도 어떻게 말을 꺼낼 수 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공수처법 수용ㆍ연동형 비례대표제 저지 맞교환을 주장하는 3선의 강석호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가령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고리로 하면 선거법도 협상을 통해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밝히긴 했다.

이 같은 한국당의 끝장투쟁은 그만큼 선거법 개정을 막기 위한 해법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들이 예고한 표결 저지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에 한국당도 나설 것이라는 게 중론이나 표결 시점만 늦출 ‘임시 방편’일 뿐이다. 의원직 총사퇴 역시 실현 가능성이 제로에 가까운, 한국당의 정치적 메시지에 지나지 않는다.

입원해 있는 황 대표가 투쟁장에 복귀할 경우 강경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황 대표는 이날 새벽 의식을 되찾은 뒤 “단식장으로 돌아가겠다”며 패스트트랙 필사 저지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황 대표의 부인 등 가족이 “그러다 진짜 죽는다”며 만류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황 대표는 혈압, 심장박동 등에서 안정을 점차 찾아가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은 당내 결속력을 공고히 다지고 지지층의 지원을 호소하는 강성 기조로 나가겠지만 뚜렷한 출구전략을 찾기 힘든 대목에 당의 고심도 깊어가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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