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첩보 제보받아 전달하고 유재수 첩보는 감찰 무마한 의혹
‘유재수 감찰 중단’ ‘김기현 하명 수사’ 의혹을 검찰이 파고드는 가운데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키맨’으로 떠오르고 있다. 백 전 비서관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처리했을 뿐”이라 반박했지만, 검찰은 백 전 비서관이 일종의 ‘해결사’ 노릇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28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가 수사 중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의 쟁점은 청와대가 김 전 시장 낙선을 위해 범죄 첩보를 건네며 표적 수사를 지시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김 전 시장 관련 첩보가 청와대에서 경찰청을 거쳐 울산경찰청으로 내려갔고, 경찰이 압수수색 등 수사 상황을 청와대에 10여 차례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언론 등은 경찰 수사 상황을 잇달아 보도했고, 경찰이 과잉 수사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어났다. 김 전 시장은 검찰에서 결국 무혐의 처리됐지만, 시장 자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였던 송철호 후보에게 돌아간 뒤였다.
검찰은 김 전 시장 첩보를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실로 넘긴 이가 백 전 비서관인 것으로 파악했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도 최근 검찰 조사에서 “백 전 비서관이 전달자”라고 진술했다. 문제는 현행법상 울산시장 같은 선출직 공무원은 청와대의 감찰이나 첩보 수집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검찰은 이 첩보의 원 출처를 찾고 있다. 혹시 당시 여권 관계자들에게서 나오지는 않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건은 이와 정반대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간부 시절 행적에 대한 첩보가 들어오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감찰을 진행하다 2017년 12월 “경미한 사안”이란 이유로 중단했다. 이 결정에는 백 전 비서관의 역할이 컸다는 게 당시 관련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경미하다고 감찰을 중단했는데 유 전 부시장은 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로서는 백 전 비서관이 왜 그런 판단과 주장을 했는지 파악해야 한다. 또 감찰 중단 이후에도 유 전 부시장은 징계를 받기는커녕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부산시로 자리를 옮겨갔다. 이 과정에서 백 전 비서관의 개입은 없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검찰이 백 전 비서관을 눈 여겨 보는 것은 그가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 아래 행정관을 지낸, 현 정권의 핵심인사 가운데 한 명이어서다. 첩보를 첩보 그 자체로 다루기 보다 지방선거 등을 의식해 ‘정무적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백 전 비서관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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