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인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압박하는 과정에서 사리사욕도 챙기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및 법무부와 총액 50만달러 규모의 법률 자문 계약을 추진했던 것이다. 막판에 계약 체결이 무산되긴 했지만,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그동안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불려온 줄리아니는 시간이 흐를수록 ‘트럼프의 시한폭탄’이 되는 분위기다.
27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줄리아니는 올해 1월 뉴욕과 2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유리 루첸코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올해 8월 해임)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민주당 소속 바이든 전 대통령의 비리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이때 루첸코는 마리 요바노비치 당시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 축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미 의회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핵심인 ‘그림자 외교’를 줄리아니가 수행하고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요바노비치는 지난 5월 경질됐다.
문제는 이 자체만으로도 ‘검은 거래’라고 볼 법한데, 그 와중에 줄리아니가 자신의 주머니를 챙기려 하며 개인적 이권까지 추구했다는 점이다. 루첸코는 “우크라이나의 부패 관련 정보를 미 당국에 전달해 달라”면서 줄리아니와 그의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싶다고 했다. 해외에 감춰진 우크라이나의 자산 회복을 위한 법적 자문도 요청했다. 이런 제안은 지난 2월 계약서 초안 형태로 줄리아니 측에 전달됐고, 보수는 20만달러로 명시됐다. 일단은 줄리아니가 루첸코의 의뢰를 거절하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지난 3월엔 또 다른 계약서가 건네졌다. 이번에는 우크라이나 법무부가 의뢰인이고, 줄리아니의 로펌이 30만달러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양측 간 협상이 오갔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WP는 이 계약에 대해 “루첸코로선 트럼프의 변호사는 물론, 그를 경유해 다른 미국 고위 관리들에게 줄을 대려 했던 것”이라며 “줄리아니의 경우, 다른 고객(트럼프)을 돕는 정치적 정보를 주는 인사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 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계약이 최종 성사되진 않았다. 줄리아니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너무 복잡한 것 같았다. (우크라이나 측에서)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토한 건 맞지만, 이해충돌 금지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최소한 ‘3월 계약서’에는 줄리아니가 직접 서명했다는 점에서, 이런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도 줄리아니 측에 무더기 소환장을 발부, 자금 수수 여부를 캐고 있다. NYT는 “외국 정부ㆍ정당의 대리인 등록 절차 없이 고용돼 미국 정부에 영향을 미치려 하는 건 연방범죄”라며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은 줄리아니가 ‘미국 대사 제거’를 원했던 우크라이나 정부 관리들과 계약을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리아니와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줄리아니를 ‘전사(warrior)’로 치켜세우면서도 “나는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지시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줄리아니는 당신을 위해 어떤 일을 했나’라는 질문에도 “루디(줄리아니의 애칭)에게 물어야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발뺌을 한 것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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