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욕이지만 대부분 불기소ㆍ무죄
‘누구나 아는 욕’이어야 유죄… 벌금 그쳐
누군가의 면전에 대고 욕을 하면 처벌 받을 수 있듯이 악플도 마찬가지이다. 악플은 형법상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이나 ‘모욕죄’가 적용된다.
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 및 모욕 범죄 발생(고소ㆍ고발ㆍ진정ㆍ신고) 건수는 2018년 1만5,926건(입건인원 1만5,479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적발 인원 중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경우는 5,941명에 불과했다. 모욕죄는 피해자가 신고를 해야 수사가 이루어지는 친고죄이고 명예훼손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죄를 묻지 않는 반의사불벌죄이다.
어렵게 기소돼도 기껏해야 벌금 수십만원 정도의 처벌에 그친다. 2016년 노모(46)씨는 악플에 시달리던 한 여성연예인이 악플러에 대한 강경 대응입장을 밝힌 포털사이트 기사에 ‘연예인이라고 고소 남발하면서 갑질하려고 하네, 별 그지 같은 X이’라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법원은 그의 댓글 가운데 ‘별 그지 같은 X’부분이 모욕에 해당한다고 봤으나, 벌금 30만원을 선고했을 뿐이다. 모욕죄의 법정형은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 명예훼손은 7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원 이하지만 법원의 형량은 하향 평준화돼 있다.
더구나 검찰이나 법원이 ‘악플’을 판단하는 기준은 사회적 기준에 턱없이 못 미친다. 지난 16일 인터넷에 올라온 여성 사진 게시물에 ‘6덕(육덕)이다. 꼽고 싶다’는 사실상 성범죄를 의미하는 댓글을 달아 모욕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은의 변호사는 “법원이나 검찰에서는 온라인에서 심한 욕으로 취급되는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가령 눈물을 흘리는 행위를 부정적으로 표현한 온라인 용어인 ‘즙짜고 있네’라는 말은 대단히 자존심 상하게 하는 말이고 사실상 욕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검찰과 사법부에서는 이런 온라인 용어와 그 파급력을 이해하지 못해 불기소 하거나 무죄를 선고하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악플 문제는 사후 처벌강화도 중요하지만, 사전 예방을 위해 온라인상의 괴롭힘이 범죄라는 교육과 각성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출사진 유출 사건을 겪었던 유튜버 양예원씨에게는 무려 8만개의 악플이 달렸을 정도다. 양씨는 2015년 사진 모델 아르바이트를 했던 스튜디오에서 원치 않는 노출 사진을 찍고 성추행을 당한 뒤 이 사진들이 음란물사이트에 유출된 사실을 알고 지난해 5월 관련자에 대한 고소를 진행했으며, 현재는 자신의 기사에 악플을 단 사람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소송을 대리하는 이은의 변호사는 “8만개의 악플 중 모욕죄로 200여건의 소송을 진행하면서 악플러를 찾아보니 많은 수가 오프라인에서 사회적 발언권이 거세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온라인 범죄의 심각성, 온라인 예의에 대한 교육이 공교육 안에서 이뤄지지 않아 이들은 큰 죄의식 없이 온라인에서 악플을 달며 사회에 발언하고자 하는 욕구를 해소한다. 그런데 사법부는 복잡해지는 사회변화를 따라오지 못하고, 악플을 다는 사람들의 인식은 사법부보다 더 뒤쳐져 있어 악플 범죄가 사그라들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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