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예결위 간사로 小소위 구성, 밀실서 예산 주물러
법 규정 없는 ‘날림 심사’ 비판 매년 반복
한 해 국회와 국정 마무리 과정인 예산 심사 시즌이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는 2주 전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법정 처리 시한(12월 2일)을 사흘 남겨둔 28일까지도 여야 갈등으로 인한 파행이 반복되면서 심사 완료는커녕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결국 여야는 올해도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소(小)소위를 꾸려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예산 심사 마지막 순간에 어김없이 등판한 ‘소소위’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500조원이 넘는 예산안을 심사하는 조직입니다. 예결위는 소속 여야 의원 50명 가운데 15명으로 소위를 만들고, 공개적으로 감액을 논의합니다. 규정 상 12월 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끝내야 하는데 국회가 시한 내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려면 올해 예결위 의결 마지노선은 주말을 제외하고 29일입니다. 올해는 예결위 소위 단위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그나마 감액 규모도 결정이 안된 채 임시 협의체에 넘기기로 했습니다. 결국 여야는 데드라인을 이틀 남겨둔 27일 신속한 심사를 위해 소소위를 구성했죠.
소소위는 소위를 더욱 축소해 교섭단체 여야 간사들만 참여한다고 해서 소(小)를 붙인 이름입니다.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일종의 실무 협의체죠. 통상 여야 교섭단체 별로 각 당 간사 1명씩 3~4명과 예산안을 짠 기획재정부 차관, 예산실장, 국회 수석전문위원 정도가 참여합니다.
문제는 소소위가 초법 조직이라는 점입니다. 국회법 상 정해진 예산소위와 달리 소소위라는 단어는 국회법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언론의 감시가 없고, 회의록도 남지 않습니다. 단지 논의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각 당에서 1명씩 참여해 수 일 만에 국회의원 300명이 해야 할 예산 심사를 결정하는 날림심사 관행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 셈입니다.
밀실에서 극소수 인원만 참여하다 보니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발언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꼼꼼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고, 소수 인원이 협의하다 보니 정치 담판으로 예산을 결정한다는 지적이죠. ‘쪽지예산’ 등으로 불리는 민원성 예산 이슈도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이 모든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선 ‘공개’가 답이지만 무슨 이유인지 아직까지도 비공개 관행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여야가 소소위를 구성하면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소속 예결위 간사 1인씩 3인으로 구성하는 관행을 따르되, 매일 회의 후 언론에 회의 내용을 밝힌다는 방침을 정하기도 했죠. 하지만 회의 속기록 등 회의 내용 공개 부분을 놓고 이견을 보이더니 28일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기로 합의한 채 재가동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올해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채로 각 당 간사 3명이 밀실에서 500조 예산 심사를 마무리 짓게 생겼습니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심사, 이번에도 물 건너 갔다”는 탄식이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입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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