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 불참 선언… 여가부는 부인
여성가족부의 가족 다양성 정책토론회에 참여하기로 했던 한 연구소가 주최측으로부터 ‘동성애 관련 내용을 빼라’는 요구를 받았다며 불참을 선언했다. 여가부 측은 “부처 차원에서 관련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민간연구소인 가족구성권연구소는 28일 입장문을 내고 “여성가족부에서 주최하는 가족다양성 정책관련 포럼에 참석 요청을 받았지만 부당한 요구를 받아 이를 거절한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이날 오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가족 다양성 시대, 현행 법령의 개선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부모ㆍ미혼모ㆍ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하는 사회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차별적 법령 등을 검토하는 자리다.
입장문에 따르면 소속 토론자는 행사 시작 전날인 27일 토론문을 제출한 직후 여가부로부터 ‘동성애와 관련된 내용을 빼라’는 요구를 받았다. 연구소는 “토론문은 가족에 대한 차별적 법령을 조사하고 이에 대해 대안을 제시했던 연구활동을 바탕으로 작성했고, 차별의 한 사례이자 이후 과제로서 생활동반자등록법 제정과 동성결혼에 대한 차별 철폐를 언급했다”며 “‘가족 다양성’을 언급하면서 정당하지 않은 이유로 논의를 사전에 규제하고, 사회적 논의를 하는 장에서 오히려 가족상황에 따른 차별을 행하는 정부가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측은 연구소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해당 토론문이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이번 토론회는 연구 차원으로 마련됐기 때문에, 주관 연구원에 ‘제도개선 논의에 집중해달라’는 요구 외에 다른 지시를 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가족구성권연구소 측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토론회는 다양한 가족구성을 이야기하는 자리로 마련됐다지만 여가부는 여전히 혼인ㆍ혈연을 벗어난 가족을 포용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며 “가족다양성 정책의 주무부처인 여가부가 1인가구나 동거커플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이번 일을 계기로 분명히 밝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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