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주52시간제 관련 보완책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이어 선택근로제 확대,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완화 등까지 검토하자, IT업계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화섬식품노조)는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정미 정의당 의원과 연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일하다가 죽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국회와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을 어렵게 하는 이런 제도 논의를 철회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과 포털 등 IT업계는 다단계 하청구조와 단기 프로젝트 업무방식 등으로 인해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산업군이다. 화섬식품노조에는 대표적인 IT업체인 카카오, 네이버, 넥슨, 스마일게이트의 노조가 속해 있다. 노조는 “IT산업 특성상 자율적인 업무 환경이 필요하지만 노사 모두에게 도움되는 방향으로 노동시간 단축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탄력근로제를 포함한 유연근무제 검토 논의는 기업에게만 유리한 방식들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에서는 현재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법안이 논의 중이다. 전날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자유한국당)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하는 내용도 함께 처리하자고 여당에 공식적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또 정부는 탄력근로제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주52시간제 보완책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노조는 이날 최근 주52시간제가 일할 권리를 제한한다는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사용자가 일 시킬 권리’만 주장한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면서 유연한 근로환경을 만드는 논의를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등한시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사협의에 따라 도입되는 각종 유연근로제는, 노조 조직률이 10%가 안 되는 현실에서 결국 회사 입맛대로 시행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타냈다.
이날 차상준 스마일게이트지회장은 “기업들이 과도한 단기목표나 부족한 인력, 하청구조에 대한 개선 없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휴게시간 기준을 강화해 노동시간을 감소시키는 방식으로 문제를 회피한다”고 말하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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