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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사가 작성한 20대 국회 생활기록부

입력
2019.11.29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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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은 결석이 잦다 보니 법안 처리율도 31.56%로 저조했음(총 접수된 법안 2만3,983건 가운데 처리된 법안이 7,570건, 미처리 법안은 1만6,413건). 이는 역대 최저라는 평가를 받았던 19대 국회의 41.74%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것임.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회의원들은 결석이 잦다 보니 법안 처리율도 31.56%로 저조했음(총 접수된 법안 2만3,983건 가운데 처리된 법안이 7,570건, 미처리 법안은 1만6,413건). 이는 역대 최저라는 평가를 받았던 19대 국회의 41.74%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것임.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 주 사이에 해가 많이 짧아졌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퇴근할 때면 운동장에서 공을 차던 아이들이 제법 있었는데 이번 주에는 보이지 않는다. 공을 차던 아이들의 함성 대신 운동장에 깔리는 어둠을 자동차 전조등으로 밀어내며 학교를 나선다. 올해도 한 달을 남겨두고 있다. 이렇게 또 한 해가 간다. 연말이 다가오니 더 바빠진다. 이번 주는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들이 매일 모여 한 해 교육활동을 돌아보며 내년 교육계획을 세우는 교육과정 워크숍이 한창이다. 이 워크숍을 마치고 나면 아이들 학교생활기록부도 정리해야 한다.

이렇게 정신없이 하루를 살다가 학교 주차장을 외부에 개방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교육부에 의견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으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도대체 이런 위험한 발상은 누가 할까? 발상에 그치지 않고 입법안으로 발의돼 소관 부처도 모른 채 국회 본회의까지 가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참을 만큼 참았다. 그런데 학생들의 안전마저 위협하는 상황까지 오니 더는 못 참겠다. 화가 많이 나지만 교육자 신분으로 막말은 할 수 없으니 ‘국회 생활기록부’로 대신한다. 학생들의 학교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심정으로 말이다. 부디 꼼꼼히 읽기 바란다. 통지표 작성을 위한 의원들의 의정활동 자료는 국회가 제공하는 ‘의안정보시스템’과 참여연대에서 제공하는 ‘열려라 국회’를 참고해 11월 28일 기준으로 하였다.

<출결 상황>

20대 국회는 회기 동안 90.1%의 출석률을 보였으니 열흘 가운데 하루를 결석한 셈임. 패스트트랙으로는 최장 119일 동안 국회가 열리지 않은 진기록을 세움.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

의원들은 결석이 잦다 보니 법안 처리율도 31.56%로 저조했음(총 접수된 법안 2만3,983건 가운데 처리된 법안이 7,570건, 미처리 법안은 1만6,413건). 이는 역대 최저라는 평가를 받았던 19대 국회의 41.74%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것임. 이 기록을 경신한 데는 특정 정당이 국회를 17번이나 보이콧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침.

국회 출석과 법안 처리에 소홀한 의원들도 교육에 대해서는 관심이 높았음. 그러나 그 관심이 헌법이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면서 현장 교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옴(일부 의원들의 요구로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가 불법 유출돼 언론에 공개되었음. 상산고를 자사고로 재지정해달라며 151명의 의원들이 교육부장관에게 압력을 행사하면서 해당 의원들이 직권남용으로 고발당함. 국회법 절차를 지키지 않는 의원들의 무분별한 자료 제출요구에 대한 항의의 표현으로 “국회의원 요구자료 해도해도 너무합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함.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일부 의원들은 1인 1평 체험농사 과목을 포함해 교육과정을 운영하라는 입법안까지 발의함).

<행동 특성 및 종합 의견>

의정 활동은 ‘나 몰라라’ 하면서도 교육에 대해서는 ‘내가 다 안다’는 식으로 지나친 참견과 간섭을 하면서 교육계는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음. 정치인들의 교육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행태로 인해 대입제도 공론화를 통해 합의한 약속마저도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흐지부지되는 이상한 현상이 초래됨. 이상한 것은 이렇게 교육에 관심이 많은 의원들인데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해 국가의 백년대계를 설계할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하더니 그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음. 민생을 돌보지 않아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의원들은 어떻게든 그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막말을 일삼으니 이대로 가면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쓸 것임.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 민생법안을 처리하려는 노력이 필요함.

정성식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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