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 때 목사 이형상이 만든 화첩… 제주도, 문화재청에 신청서 제출
300여년 전 제주의 사회상을 시각적으로 담은 기록화첩인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에 대한 국보 지정이 추진된다. 탐라순력도가 국보로 지정되면 제주지역 제1호 국보가 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보물 제652-6호인 탐라순력도의 국보 지정 신청서를 문화재청에 제출한다고 28일 밝혔다.
탐라순력도는 1702년(숙종 28)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부임한 이형상이 제주도를 돌면서 화공 김남길에게 그리도록 해 만든 기록화첩이다. 총 43면으로 구성된 탐라순력도는 이형상이 제주도 내 각 고을을 순찰하는 내용과 여러 행사 장면 등을 담고 있으며 1703년 완성됐다. 탐라순력도는 1979년 2월8일 지정된 보물 '이형상 수고본'(李衡祥 手稿本) 10종 15책 중 일부다.
탐라순력도는 지방관의 순력(巡歷) 을 그린 국내 유일의 기록화첩으로 희귀성뿐만 아니라, 300년 전인 18세기 초 제주의 지리와 지형, 군사 방어시설, 물산, 의례 등을 마치 한 장의 사진처럼 보여주고 있어 역사적ㆍ예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탐라순력도는 제작자(제주 목사 이형상)와 그림을 그린 이(화공 김남길), 제작시기(1703년 완성)가 명확한 기록화첩으로, 그 안에는 가장 오래된 제주도 지도인 ‘한라장촉’(漢拏壯囑)이란 지도가 수록돼 있다.
2000년에는 탐라순력도를 보존처리하기 위해 표지와 속지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제주지역 속오군의 소속과 신원 등을 적어 놓은 ‘제주속오군적부’(濟州束伍軍籍簿)가 발견되는 등 학술적으로도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닌다.
탐라순력도는 1998년까지 경북 영천 이형상 목사의 후손이 소장해 왔지만, 제주목 관아의 복원을 위해 제주시가 매입해 현재 국립제주박물관에 기탁 보관돼 있다.
고길림 세계유산본부 본부장은 “18세기 초 제주의 사회상을 시각적으로 생생히 담아낸 탐라순력도는 다방면에 걸쳐 국보로 승격될만한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제주도가 보유한 보물 중 최초의 국보 승격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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