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도가 약물검사 양성반응으로 긴장하고 있다. 금지약물이 검출된다면 국제역도연맹(IWF)으로부터 ‘금지약물 청정국’으로 인정받은 한국 스포츠계 위상도 크게 꺾일 것으로 보인다. 대한역도연맹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서 내리게 될 최종결과를 기다려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역도연맹 등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막을 내린 제100회 전국체전에서 실시한 A샘플 도핑 테스트 결과 일부 메달리스트들의 A샘플에서 양성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역도선수 이름은 두 명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A샘플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해서 금지약물 복용으로 단정지을 순 없다. A샘플 양성반응이 나타난 선수는 소명 절차와 함께 B샘플 테스트를 거치게 되고, 이 과정에서 금지약물 복용 혐의가 드러나야 도핑방지 규정 위반 선수로 확정해 제재 절차를 시작한다. A샘플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도, 소명 절차와 B샘플 테스트에서 의혹을 벗는 사례도 있단 얘기다.
그럼에도 아직 한국 역도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지난해 한 선수가 소변 샘플에서 클렌부테롤 성분이 검출돼 1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올해 3월 전국실업역도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한 선수 한 명도 이뇨제인 히드로클로로티아지드와 클로로티아지드 복용 혐의로 ‘2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한국 역도 선수가 2년 연속 도핑방지 규정 위반으로 처벌받은 건 2000년대 들어 처음이다.
이번 도핑테스트 최종 결과에서 금지약물 복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세계 역도가 약물 스캔들에 휘말릴 때도 약물 청정국 지위를 유지했던 한국 역도 위상은 크게 손상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2년 런던올림픽 역도 남자 94㎏급에서 당시 8위를 한 김민재는 자신을 앞지른 선수들이 금지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7년 만에 은메달리스트로 공인되기도 했다.
대한역도연맹 관계자는 “도핑테스트 과정 자체가 엄격한 비밀유지원칙 속에 이뤄지기 때문에 확정판결이 나기 전까진 진행 과정을 일절 발설할 수 없다”며 “우리도 KADA에서 내리게 될 최종결과를 기다려봐야 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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