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민주당 의원 “외교ㆍ안보 초당적 협력 원칙 깨…방위비 협상에도 불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7월 방한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북미 정상회담을 내년 4월 총선 전에 열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까지 불리하게 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나 원내대표의) 이야기 내용도 충격적이지만 그것을 공개한 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 중인 국면에서 협상 상대방에게 제1야당 대표가 ‘우리는 지금 내부적으로 이런 고민이 있다’는 갈등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며 “미국이 이걸 잘 활용해야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 원내대표 발언은 정치 원칙도 어긴 것이라고 강 의원은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외교와 안보 문제는 초당적으로 국익을 우선하자고 이야기하는데, 이렇게 내부의 갈등이 외부에 이용될까 봐 그런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협상에 불리할뿐더러 대외적으로도 우스운 모양새가 됐다”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북미 정상회담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 자체도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직전에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기 때문에 이번에 정상회담이 총선 전에 열리면 정상회담의 취지가 왜곡될 수 있다는 식의 한국당 발표를 들은 적이 있는데,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문에 한국당이 패배한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강 의원은 “원인, 결과가 다른 문제”라며 “나 원내대표가 크게 실수하는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도 선거에 영향을 주는 건 사실 아니냐”는 질문에 강 의원은 “북한 이슈가 국내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국면은 많이 지났다. 국민들이 훨씬 성숙돼 있다”며 “총선기획단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런 논의 자체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나 원내대표 발언 소식이 전해진 직후 청와대는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묻고 싶다.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말을 거둬들여라”는 논평을 냈다. 강 의원은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이렇게 강한 반박을 한 것은 대통령이 (북한ㆍ미국 문제에 대해) 굉장히 숙고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국민들이 다 아는 일인데 (미국에게) 이런 협상카드를 줬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당황스러웠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