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아파트 방화ㆍ살인’안인득, 사형 선고

재판부,“범행 경위ㆍ피고인 행동 심신미약 상태로 보기 어려워”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평결도 모두 유죄로 인정

[저작권 한국일보] ‘진주 아파트ㆍ방화 살인범‘안인득이 지난 4월 19일 오후 치료를 받기 위해 경남 진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진주=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22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진주 아파트 방화ㆍ살인범’ 안인득(42)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안인득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을 진행한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 이헌)는 27일 살인ㆍ현주건조물방화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인득에 대해 배심원들의 평의와 양형 토의를 거친 뒤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했다.

25일부터 3일간 진행한 국민참여 재판 전 과정을 지켜본 시민 배심원 9명은 이날 오후 2시간여에 걸친 평의 끝에 만장일치로 안인득이 유죄라는 데 동의했고, 이중 8명은 사형, 1명은 무기징역의견을 냈다. 배심원 의견은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재판부는 판결에 반영할 수 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이 됐던 범행 당시 안인득의 심신미약 상태에 대해 검찰이 제출한 증거 등을 종합해 안인득이 조현병 환자이긴 하지만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및 변호인은 범행 당시 조현병 등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범행을 저지를 때 변별력이 있다면 심신미약으로 보지 않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범행 경위와 피고인의 행동 등을 종합하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미약한 상태로 보기 어려워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현병 환자인 안인득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비극이 발생했지만, 범행도구를 사전에 사들여 불길을 피해 내려오던 주민들을 흉기로 찔러 5명을 죽이고, 17명에게 피해를 준 결과는 매우 중대해 피고인의 중죄를 경감시키는 사유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이날 오전 안인득이 범행대상을 미리 정하고 범행도구를 사전에 사들이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고, 대피하는 이웃주민 5명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한 점, 피해회복이 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사형을 구형했다.

이번 재판은 안인득의 유ㆍ무죄를 가리기 보다 얼마만큼의 형량을 받는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안인득이 아파트 이웃 주민을 살해하거나 다치게 한 사실관계가 명확했기 때문이다. 변호인측도 안인득의 처벌은 당연하다면서도 사형만은 면하게 해달라는 취지로 최후변론했다.

그럼에도 안인득은 재판 내내 뉘우침의 기미가 전혀 없었다. 안인득은 재판 내내 자신이 “사회적 불이익을 많이 받았지만 하소연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가 하면, 재판에 끼어들어 언성을 높여 재판장으로부터 수 차례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그는 재판장이 ‘사형’주문을 읽자 선고 결과에 불만을 품고 큰 소리를 지르다 교도관들에게 끌려 나갔다.

안인득은 4월17일 새벽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자신의 집에 불을 낸 뒤 대피하던 주민 5명을 흉기로 살해하고 17명에 부상을 입힌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은 당초 창원지법 진주지원 형사1부가 맡았으나 안인득이 기소 직후인 지난 7월 국민참여재판을 요청, 전담 재판부가 있는 창원지법으로 회부돼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국내 재판에서 사형선고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63번째다. 앞서 지난 해 중학생인 딸의 친구를 성추행하고 살해한 이른바 어금니아빠 이영학은 1심재판에서 사형이 선고됐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창원=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