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선거제 핵심은 연비제… 한국당 수용땐 타협 가능”
선거법 자동 부의 첫날, 첫 공식회의 열며 한국당 압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법안들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놓고 ‘운명의 1주일’을 맞이한 여당은 27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패스트트랙 관련 법안 중 가장 먼저 선거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자 절차상 불법성을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엔 협상의 조건을 구체화하는 등 대화를 시도했다.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면서 ‘강행’ 의지도 거두지 않는 압박을 거듭했다. 좀처럼 논의가 진척되지 않자 한편에선 ‘4+1’협의체도 본격 가동됐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이하 연비제) 도입을 수용하면 그때부터 매우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수 있고, 타협점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선거제 핵심은 연비제”라고 협상 전제를 분명히 했다. 이어 다양한 검토안에 대해 “그런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선 연비제 도입의 여부”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이 연비제 자체를 부정하는 협상 태도를 바꿀 경우, 지역구 존폐와 관련한 이해관계 등 각론의 조건에 대해 “유연하게” 양보하거나, 각 당간 절충점을 모색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 원내대표는 오후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회동한 자리에서도 이 같은 조건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끝내 합의가 어려울 경우 표결로 갈 수 밖에 없다는 원칙을 재차 강조하며 한국당을 압박했다. 특히 이 원내대표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단식을 협상의 어려움으로 거듭 지목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의) 건강 문제도 걸려 있어 저도 (비판을) 정말 자제하고 있다”면서도 “단식이 계속되고 거기서 형성되는 가이드라인이 있으면 결국 여름의 국회 상황을 반복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단식을 멈춰) 나경원 원내대표가 협상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줘야 패트 이야기를 마음껏 한다”며 나 원내대표가 황 대표 단식을 이유로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지 못하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단식을 푼다면) 이해찬 대표와 황 대표가 진짜 담판을 지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거듭 단식 중단을 호소했다.
협상의 진도가 좀처럼 나가지 못하자,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는 공조 수위를 끌어 올렸다. 홍영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전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조배숙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첫 공식 회의를 열고 마주앉았다. 이들은 우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단일안의 도출이 시급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김관영 의원은 회의 후 취재진을 만나 “다른 단일안은 부의, 상정, 투표를 하면 그만이지만 공수처는 단일안을 만드는 것이 우선 필수 불가결하다”며 “잠정적 합의안을 만들어 개혁세력 몇 명이 찬성에 서명하는 지를 보여주면 한국당을 협상장으로 불러들이는 압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법 개정안은 “원안의 합의 정신이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부결 가능성을 검토하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한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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