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관심에 유력 해법 거론 불구 외교가 “넘어야 할 산 많다” 중론
한일 기업(1+1)과 국민(α)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재단을 설립해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문희상 국회의장 제안이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의 유력한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문 의장이 연내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은 “한일 양국기업과 국민이 자발적으로 낸 기부금과, 활동이 종료된 화해치유재단의 잔액(약 60억원) 등으로 기억인권재단을 설립해 강제동원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재단 운영비 대부분을 한국 정부가 내고,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잔액을 이관한다는 점에서 ‘1+1+α’에 양국 정부를 포함시킨 ‘2+2+α’로 해석할 수 있다.
‘문희상 안’은 일본이 적극적인 거부 표시를 하지 않으며 대안으로 급부상하는 중이다. 27일 마이니치(每日) 신문의 전문 편집위원인 고가 고(古賀攻)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강제 집행(자산 매각) 전에 법 정비가 가능하다면 좋다’라며 총리 비서관에게 한국대사관과의 정보 공유를 지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와 외교가에서는 신중론이 대세다. 이날 강제동원공동행동,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국회 정문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문 의장을 만나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양국 기업과 민간의 자발적 기부금’이라는 표현은 법적, 역사적인 사실 인정을 전제하지 않고 있어 일본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면책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가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면 재단이 위로금 지급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다.
때문에 문희상 안 역시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놓고 한일 간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를 막는 게 중요하다”며 “가장 중요한 일본의 사죄를 전제로, 연로한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정부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의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온 일본 내에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NHK는 “일본은 당초 비용을 내는 데 부정적”이라며 “(일본 정부가) 수용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문희상 안이 일본 기업에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요구하지 않는 점에서 “일정 부분 (긍정적) 평가가 있다”고 봤다.
문 의장은 이날 의장집무실에서 관련 법안을 제출한 의원들과 만나 “이미 제출돼 있는 법안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합리적 범위 내에서 종합해 획기적인 법안을 제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안들이 확정된 것은 아니며, 피해자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인 내용들을 고쳐나간다는 게 문 의장 측 설명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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