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 기자 기자간담회… 신뢰도 회복 이끌지 주목
KBS는 최근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남성 일변도였던 메인 뉴스 앵커에 여성인 이소정 기자를 발탁했다. 지상파 방송으로선 첫 시도다. 시대적 감수성에 반응하는 뉴스를 제작하기 위해서였다는 취지다.
이 기자는 평일 KBS1 ‘뉴스9’ 메인 앵커로 25일 자리했다. 이 기자는 2003년 KBS에 입사해 KBS2 ‘아침뉴스타임’과 KBS1 ‘미디어비평’을 진행했다. 멕시코 반군 사파티스타를 전 세계 언론 최초로 단독 취재해 2006년 올해의 여기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기자도 앵커 발탁에 얼떨떨해했다. 본인이 선발될 줄 몰랐던 것이다.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가 2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성평등 공감특강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방송 뉴스 오프닝 멘트의 65.2%는 남성 앵커가 담당했으며, 여성 앵커 80%가 30대 이하였다. 이 기자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은 그만큼 KBS가 몸부림치고 있다는 의미”라며 “앵커 한 명 바뀐다고 뉴스가 하루아침에 변화되진 않겠지만, 시청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앵커가 되겠다”고 말했다.
앵커 변화에 발맞춰 KBS 뉴스도 변화한다. 경직된 모습으로 딱딱하게 뉴스를 전달하는 모습에서, 시청자와 대화하듯 친절하게 소식을 알리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진 영국 BBC를 롤모델로 삼았다면, 이제는 미국 CNN 형식을 추구하겠다는 뜻이다. 문어체였던 앵커 멘트를 구어체로 바꾸는 등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이 기자는 “시청률에 구애를 받지 않고, 공동체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해결책을 찾는 대화의 장을 알아가고자 한다”며 “스토리텔링 형태의 보도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뉴스 포맷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KBS는 보도관행을 바꾸겠다고 최근 여러 차례 공언했다. 엄경철 KBS 보도국장은 4일 임명되며 출입처 제도 혁파를 선언했다. ‘보도자료 받아쓰기’를 그만하겠다는 것이다.
KBS 경영진은 이 기자가 여성이라 선발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실력이 기반됐으며, 내부 직원들도 열렬히 지지했다는 후문이다. 미디어가 급변하는 시대에 KBS가 바뀌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컸다. 김종명 보도본부장은 “KBS가 지향해야 할 변화와 방향성에 대해 사내 구성원들이 이 기자를 통해 구현해보고 싶은 열망이 있는 것 같다”며 “이 기자를 통해 전달된 취재 생산물을 몇 달간 관찰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엄 보도국장은 “KBS 내부에 평등함과 다양성이 열려있다고 바라봤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보도 신뢰성 상승이란 목표를 등에 짊어졌다. 최근에도 KBS 뉴스를 둘러싼 사건사고는 잦았다. 지난달 31일 독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중앙119 구조본부 소속 헬기 추락 사고 영상을 확보하고도 단독 보도를 위해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기자는 “KBS 조직원이긴 하지만 가슴 아프고 속상한 순간도 있었다”며 “유독 시청자들이 KBS에 쓴소리를 하는 것은 그만큼 거는 기대가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KBS가 말했으니 맞는 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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