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ㆍ깜깜이 지탄에 3당 간사 협의체서 심사하기로
“회의 브리핑ㆍ속기록 작성” 보완책에도 “투명한 밀실” 우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7일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까지 닷새 남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속도를 내기 위해 교섭단체 예결위 간사 등 극소수만 참여하는 ‘3당 간사 협의체’를 가동하기로 했다. 올해도 예산 심의 막판에 ‘소위 속 소위’라는, 법적 근거도 없는 ‘소(小)소위’ 식으로 진행하지만 이번에는 회의 속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밀실 깜깜이 심사’ 비판을 의식해 예산 심사 투명성과 공개성을 한층 높인다는 취지다. 하지만 쫓기는 시간으로 올해도 ‘졸속 심사’ 우려는 여전하다.
자유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은 이날 오전 예산안조정소위에서 위원들에게 이 같은 운영 방식을 제안하고서 예산심사 권한을 간사협의체로 위임했다. 사실상 소소위지만 부정적 인식을 감안해 명칭을 바꿨다. 소소위란 빠른 심사를 이유로 여야 간사와 기획재정부 관계자만 비공개로 호텔 등에서 몰래 만나 속기록도 남기지 않아 해마다 ‘밀실 깜깜이 논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밀실 논의라는 싸늘한 시선을 감안한 듯 이번 협의체는 국회 예결위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매일 회의 속기록을 작성하도록 한다. 공식 기록을 남겨야 하는 국회법상의 회의가 아닌 소소위지만 지원 요청에 따라 국회 의안과 소속 속기사가 투입될 예정이다. 언론에도 매일 논의 내용을 브리핑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조치하겠다”고 했다. 올해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과정에선 ‘소소위’식의 비공개협의체를 굴리도록 했지만 이번에는 투명성을 짚으며 사뭇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앞서 예산소위는 “간사만 하는 밀실 심사는 안 된다”며 위원장 참여 협의체를 주장하는 김 위원장과 관행대로 위원장 없이 가자는 민주당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25일부터 이틀간 가동이 멈췄다. 민주당은 한국당 소속 위원장이 참여하면 한국당 의원이 2명이 돼 형평성에 안 맞다는 논리로 맞섰다. 김 위원장은 예산소위에서 “소소위 관행을 인정할 수 없지만 다수당(민주당)의 강한 요구에 제 뜻을 관철할 수 없었다”며 “최악은 피하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협의체가 이날 재가동되면서 예산안 1차 감액심사에서 보류된 482개 안건과 증액 심사 안건 관련 심사가 이뤄지게 됐다. 김 위원장은 본보 통화에서 “보류 사업심사부터 할 것”이라 했다.
전례가 없다는 속기록 작성 방침으로 ‘투명한 밀실’이 될지 국회 안팎의 기대가 나오는 가운데, 이날 예결위 간사들은 예산 심사에 앞서 속기록 범위 등 세부 사항 논의에 골몰했다. 예산 전문가들은 “일장일단이 있다”고 지적했다. 밀실 심사 우려를 더는 차원에서 당연히 바람직하지만 특정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 삭감에 나선 의원에 대한 이해관계 세력의 맹비난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론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 예결위 간사는 “원내대표 협상에서 모든 물밑 조율 과정을 공개하면 협상안을 마련하기 어렵듯 모든 대화와 각 사업별 액수까지 공개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 “다만, 투명성에서 하나라도 진일보한 방안을 찾으려고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졸속 심사’ 우려는 올해도 가시질 않는다. 법정 처리시한까지 시간이 촉박해 내년 예산안도 시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도 이를 우려해 이날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예결위 활동시한 연장 합의가 될 수 있도록 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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