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젊은 건축가상 수상작들 전시회
“일상적인 건축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좋은 건축이다.” (건축공방)
“전면에 화려하게 나서기보다 한 발짝 물러서서 별개의 것들을 서로 이어주거나 몰랐던 것들을 가능하게 해 주는 바탕의 건축을 추구한다.”(아이디알)
“건축 작업의 기본은 건물이 건물다운 것이다. 기본이라는 것은 어쩌면 최소한의 기준이지만 우리는 지키지 않으면 큰일나는 일이라고 여긴다.”(푸하하하프렌즈)
올해 젊은 건축가들의 대표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 중구 세종대로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내달 6일까지 열린다. 이 전시엔 박수정ㆍ심희준(건축공방), 이승환ㆍ전보림(아이디알), 윤한진ㆍ한승재ㆍ한양규(푸하하하프렌즈) 등 문화관광체육부가 주는 2019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건축가 3팀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전시에서는 ‘젊은’이라는 수식어가 의미하는 통통 튀거나 화려하거나 기상천외한 건축물은 찾기가 어렵다. 3팀이 내놓은 작품들 대부분은 주위와 조화를 이루면서 담백하고, 영리하다. 전시는 겉으로 드러나는 기발한 외관 디자인보다는 한국에서 젊은 건축가들이 건축의 근본적인 의미를 되짚으며 작업해온 과정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뒀다. 박성진 건축평론가는 “이번에 선정된 3팀은 전혀 다른 색깔을 갖고 있지만 도시를 대하는 관점에서 기본에 충실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며 “개개의 작품보다 그 작품들을 가로지르는 건축가들의 사유와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건축가들의 고민은 한국 사회의 도시와 건축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다. 예컨대 노후 주택을 카페로 리모델링할 때 외벽에 까만 페인트를 칠하고, 네온사인을 달고, 건물 내부를 일부러 허물고 뜯는 방식에 질색한다(푸하하하프렌즈). 보도보다 넓은 차도, 화려하고 필요 이상으로 넓은 로비, 거대한 간판을 덕지덕지 두른 건물 등 사용자를 배제한 건축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아이디알). 전보림 건축가는 “불만은 우리가 설계를 시작하는 소중한 첫 단추”라며 “불만을 작업에 내재한 문제들을 구체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꽉 막힌 학교 강당 건물에 반투명의 패널을 감싸 부드러운 자연광을 들이는 ‘언북중학교 다목적 강당’(아이디알), 오래된 공장 건물에 새로 기둥을 덧대고, 공간이 가진 감수성을 살린 ‘성수연방’(푸하하하프렌즈), 자연적인 소재인 조약돌에서 영감을 받아 환경과 조화를 이룬 ‘글램핑 파빌리온’(건축공방) 등은 젊은 건축가들이 품어온 불만들을 해소하고자 한 시도들이다. 올해 젊은 건축가상 심사위원이었던 김헌(스튜디오 어싸일럼 대표) 건축가는 “3팀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간소하나 영리한 언어들이 열거되어 있는 다큐멘터리였다”며 “이들의 작품에는 지역이나 사회, 사용자에 대한 깊이 있는 애정 내지는 배려의식이 관통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젊은 건축가상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의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젊은 건축가를 발굴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올해에는 역대 최다인 43팀이 경합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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