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달’ ‘넘버3’ 명콤비, ‘쉬리’이후 ‘천문’으로 연기 호흡
“오랜만에 한석규를 만났는데 보자마자 옛날로 다시 돌아가는 기분이었어요. 한눈 팔지 않고 우직하게 연기하다 보니 이렇게 또 만나게 되는군요.”(최민식)
“(최민식) 형님과 저는 같은 꿈을 꾸면서 지금껏 함께했어요. 한 작품에서 만날 날을 기다려 왔고, 앞으로 또 기다릴 겁니다.”(한석규)
배우 최민식과 한석규가 새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천문)에서 재회했다. 1999년 영화 ‘쉬리’ 이후 20년 만이다. 두 배우는 1980년대 초반 동국대 연극영화과 선후배로 만나 MBC 드라마 ‘서울의 달’(1994)과 영화 ‘넘버3’(1997)에서도 연기 호흡을 맞춘 각별한 사이다. 27일 서울 광진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천문’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최민식과 한석규는 만담 같은 정담을 주고 받으며 오랜 인연의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천문’은 세종(한석규)과 장영실(최민식)이 일군 위대한 업적과 숨겨진 뒷이야기를 그린 팩션 사극이다. 세종은 천부적인 재주를 지닌 천민 장영실을 발탁해 정5품 행사직을 하사하고, 장영실은 세종의 지원 아래 시간과 날씨를 측정하는 천문 의기를 발명하며 조선의 과학 발전에 기여했다. 두 사람의 각별한 관계는 20년간 이어졌으나, 임금의 가마인 안여가 부러지는 사건으로 장영실이 곤장 80대형에 처해진 이후 역사에서 장영실에 대한 기록은 사라진다.
영화 ‘명량’(2014)으로 1,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흥행 1위를 달성한 최민식은 이순신 장군에 이어서 실존 인물 장영실을 명연기로 현재에 되살려낸다. 한석규는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2011)에서 ‘괴팍한 세종’을 연기한 이후 또 다시 세종 역을 맡게 됐다. 영화는 12월 말 개봉한다.
한석규는 “세종과 장영실은 같은 꿈을 나눈 좋은 친구이자 동반자였다”며 “두 인물의 관계가 우리와 비슷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닮은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얼마나 기뻤을까 상상해 봤다”며 “그런 이야기를 나의 영원한 파트너 최민식 형님과 함께하게 돼서 더 기쁘다”고 덧붙였다. 최민식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나리오가 매우 흥미로웠다”며 “한석규와 함께라면 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가슴 깊은 곳에서 샘솟았다”고 화답했다.
한석규는 2000년 전후로 시작된 한국 영화 르네상스의 중심에 있었다. 최민식은 여전히 충무로 섭외 1순위다.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한국 영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한석규는 “형님은 배우로서도 큰 영향을 끼친 분”이라고 치켜세우며 “우리는 성향도 체질도 다른데 꿈이 같다. 그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며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최민식은 “개인적 아픔으로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나를 영화계로 이끈 사람이 바로 한석규”라며 “성장기부터 50대 후반 나이까지 수십년 간 서로를 지켜본 사이다. 그 세월에서 감동과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연출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8)와 ‘봄날은 간다’(2001) ‘덕혜옹주’(2016) 등의 허진호 감독이 맡았다. 허 감독은 “세종은 재주가 뛰어난 신하를 내친 적이 없는데 갑자기 장영실이 역사에서 사라진 이유가 뭘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이야기”라며 “관객들이 훌륭한 배우를 만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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