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업가다. 돈만 주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것이 우리가 민주당 대선 후보들보다 트럼프 대통령을 선호하는 이유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익명을 요구한 중국 정치권 인사의 말을 인용하며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를 지지부진한 미중 무역협상과 연관 지어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이 미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이전 무역협상 지연 전술이 내년 미국 대선의 트럼프 대통령 낙선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면 이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면서 트럼프 2기에 대비한 장기전으로 끌어간다는 것이다.
WP는 중국 정부가 대(對)미 전략의 기본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으로 잡은 것과 관련해 “매일 트위터로 자신의 충동과 즐거움, 초조함 등을 전 세계 6,700만 팔로어에게 알리고 있어 속내를 읽기 쉽다”는 룽융투(龍永圖) 전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 부부장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 내용을 함께 전했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에 미국의 동맹국과 적국이 모두 우왕좌왕하는 사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활동할 공간이 넓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옌쉐퉁 칭화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중국은 냉전 이후 최고의 전략적 기회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은 무역수지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정부의 신장 위구르족 인권 유린 문제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등 이념적으로는 중국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엘리자베스 이코노미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의 분석도 함께 소개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 민주화 시위대를 지지하는 홍콩 인권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한 후 거부권 행사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중국이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으로 육류 수입 수요가 커지고 있어 1단계 미중 무역합의가 조만간 타결에 이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바라는 중국 입장에서는 협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폴 해넬 카네기칭화 국제정책센터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지금 미국에 많은 것을 내준다면 트럼프 행정부 2기에는 어떤 카드를 내놓을 수 있겠느냐”며 중국 지도자들이 미중 무역합의를 서두를 동인이 없다고 진단했다.
신문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것도 미중 무역합의 경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빅터 시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교수는 “시 주석 입장에서는 무역협상에서 8년을 위한 9개월 내지 1년여의 후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보다 훨씬 더 긴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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