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 최준용(24ㆍ200㎝)은 실력에 흥행력까지 갖춘 선수다. 큰 키로 수준 높은 드리블과 패스, 호쾌한 덩크슛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약점으로 꼽혔던 3점슛까지 강점으로 바꿨다. 3점포나 덩크슛을 꽂은 뒤엔 다양한 세리머니를 펼쳐 팬들의 흥을 돋우고, 마이크를 잡으면 솔직한 얘기를 가감 없이 털어놓는다.
2016~17시즌 SK 데뷔 후 프로 네 번째 시즌 만에 프로농구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최준용은 27일 경기 용인 SK나이츠체육관에서 본보와 만나 “항상 농구를 즐기고, 팬들을 위해 하려고 한다”며 “팬들이 없다면 내 프로생활이 불가능하기에 농구로 받은 걸 돌려주자는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최준용의 트레이드 마크는 골 세리머니다. 왼 팔목에 행운의 2달러 문신을 새기고 팬들에게 ‘행운을 나눠 갖자’는 의미로 2달러를 뿌리는 세리머니부터 상대에 비수를 꽂는 활 쏘기, 여유 있게 차 마시기, 오토바이 몰기 등 그 순간 기분에 따라 다양한 행동을 선보인다.
최준용은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려는 게 아니라 세리머니를 하려고 골을 넣는다”면서 “세리머니는 팬들과의 소통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끔 코트 밖에서 팬들이 사인을 받을 때 세리머니도 해달라고 하는데 부끄럽긴 하지만 그래도 한다”며 웃었다.
이번 시즌 휴식기 전까지 최준용은 16경기에서 평균 35분4초를 뛰며 11.8점 6.3리바운드 3.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3점슛 성공률은 40%, 경기당 평균 2.3개(리그 2위)를 터뜨렸다. 모든 기록이 현재까지 커리어 하이다. 팀 성적 역시 12승4패로 1위를 달리고 있고, 홈 경기마다 평균 5,882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최준용은 “흥이 안 날 수가 없다”며 “프로스포츠는 팬들에게 보려 주려고 하는 거다. 축구 A매치처럼 무관중 경기를 하면 무슨 동기부여가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젓는다’고 최준용은 프로농구에 더 많은 스토리가 생기길 바랐다. 그는 “요즘은 인터뷰 때 ‘이겨서 기분 좋다’는 식상한 말보다 솔직하고, 더 재미있게 말하는 시대”라며 “어느 누군가가 ‘최준용을 이기겠다’, ‘최준용과 100번 붙으면 다 이길 수 있다’ 등 트래시 토크(거친 말싸움)를 걸어온다면 환영이다. 그래야 스토리도 생기고, 만원 관중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이대성(KCC), 이관희(삼성) 등 자기 말을 할 수 있는 형들을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전주 KCC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대형 빅딜’에 대해서도 “소식을 듣고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며 “트레이드 당사자들은 힘들고 아플 수 있지만 관심이 쏠리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랐다. 이게 바로 스토리”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최준용은 프로농구가 다시 부활하기 위해 국내 선수들이 더 신나서 뛸 수 있도록 제도를 뒷받침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하면서 “무조건 팬들 위주로 가야 한다. 기술 좋은 김선형(SK) 형과 이대성 형이 1대1을 하면 보는 분들도 재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L이 국제농구연맹(FIBA) 룰을 따르다 보니 팀 농구, 수비 농구를 하게 만든다. 내가 팬이라면 재미없을 것 같다. 1~2년 뛰다 고국으로 돌아갈 외국인 선수보다 국내 선수가 돋보일 수 있는 룰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용인=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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