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관리 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대한 특별법’의 세부적인 시행방안이 공개됐다. 환경부는 지난 7일 하위법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40일간 의견 수렴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시행을 앞둔 친환경 보일러 의무화의 뼈대가 마침내 마련된 셈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친환경 콘덴싱보일러의 보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환경부의 명확한 정책 기조다. 친환경보일러의 인증 기준을 담고 있는 시행규칙에서, 환경부는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법상 기체연료 1등급 보일러)의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에만 제한적으로 저녹스 일반 보일러(기체연료 2등급 보일러)를 설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세먼지 저감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효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콘덴싱보일러를 중심으로, 제도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을 해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표현한 것이다.
이는 대기질 개선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 매우 반가운 결정이다. 대기질 개선은 결국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것이 전제돼야 하며, 이는 다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콘덴싱보일러는 종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평가받아 왔지만, 제도적인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아 보급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번 특별법 제정은 콘덴싱보일러 사용을 크게 늘려, 국내 대기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가구당 연간 약 13만원 이상의 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는 혜택에도 불구하고 콘덴싱보일러의 보급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못한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자가에 거주하는 ‘자가 점유율’이 50% 남짓인 국내 주거환경 때문이다. 세입자가 사용하는 보일러를 집주인이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에, 가격이 저렴한 일반 보일러를 선택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제 대기관리 권역 내에서 보일러를 설치하는 경우 친환경 보일러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된 만큼, 이러한 문제는 자연스레 해소되고 에너지 절감과 환경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속도는 더욱 가속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 서울시가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콘덴싱보일러 사용이 확대됨에 따라 기대되는 국가적인 편익은 에너지 효율 향상과 미세먼지 저감,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기대효과를 더해 약 7,700억원에 이를 정도다. 또한 콘덴싱보일러를 사용하는 국민들 역시 난방비 절감으로 인한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과 대기질 개선이 조화를 이루는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부터 적극적으로 콘덴싱보일러 보급에 앞장서 왔다. 환경부보다 앞서 보급 지원사업의 예산을 편성하고, 시민들이 대기질 개선 효과와 에너지 비용 절감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이 기반이 되어 특별법이 제정되고, 이제 환경부와 함께 전국의 지자체가 대기질 개선을 위해 하나된 노력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기에 이번 입법예고가 더욱 의미가 있다.
이제 어렵게 닻을 올린 친환경 보일러 의무화가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려면, 아직 ‘용의 눈을 그리는 과정’이 남아 있다. 환경부 장관이 정하는 설치의 예외 기준에 따라 콘덴싱보일러 보급의 기본적인 범위가 천양지차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등 유럽 국가는 오래된 주택이 많고, 실내 공간에 보일러를 설치해 배수가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콘덴싱보일러의 보급률이 90%를 넘어섰다. 결국 어떤 기준을 가지고 콘덴싱보일러의 무대를 만들어 나가느냐는 정책의 방향을 완전히 변화시킬 수도 있는 중요한 결정이다. 때문에 환경부가 지금까지 걸어온 일관된 정책 방향을 유지하여,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걱정 없는 깨끗한 대기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 옳은 길을 걸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호 한서대 인프라시스템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