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발표와 이에 따른 경제산업성의 발표를 둘러싼 한일 간 사죄 여부 논란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양국 간 의사소통 채널은 이전보다 잘 작동하고 있다는 일본 측 평가가 나왔다. 한일 의원연맹 출신의 이낙연 국무총리와 일한 의원연맹 간사장인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중의원 의원 간을 중심으로 한 양국 의원연맹 채널과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간 외교 당국 간 채널을 지칭한 것이다.
고가 고(古賀攻) 마이니치(每日)신문 전문편집위원은 27일 칼럼을 통해 지소미아 논란의 제2막으로 한국은 “일본의 의도적 왜곡 발표에 항의해 사죄(사과)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본은 “정부로서 사죄한 사실이 없다”고 하면서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고가 위원은 양국 간 2개의 의사소통 채널(파이프)가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상황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그에 따르면 가와무라 간사장은 지난 25일 오전 한일의원연맹 간사장 출신 이 총리와 전화통화를 했다. 당시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발표를 둘러싸고 양측 간 신경전이 한창인 상황이었다. 이 총리는 능숙한 일본어로 “일본 측 말투가 차갑습니다”라고 했고, 가와무라 간사장은 “좀더 배려하도록 전하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고가 위원은 “한국이 지소미아 연장 카드로 일본의 수출 규제를 원상회복하길 바라는 상황에서 일본은 수출 관리와 지소미아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명분을 강조하면서 일이 꼬였다”고 분석했다. 이어 “(외교 교섭 이후) '이겼다', '졌다'라는 여론에 민감한 한일관계에서 정부로부터 나오는 공식 견해는 날카로운 말이 되기 쉽다”고 지적하고, “이런 환경에서 양국 의원연맹이 쿠션(완충) 역할을 하면 불필요한 마찰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외무성 관료로부터 '상대 쪽(한국) 외교부와 얘기해도 청와대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자주 들었다”면서 지소미아가 연장된 것에는 조 차관과 아키바 차관 간 외교 채널이 협상의 주축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외무성 간부를 인용해 “미국의 압력 때문에 한국이 입장을 바꿨다고 단순히 볼 일이 아니다"라며 조 차관과 아키바 차관 채널에 의미를 부여했다. 조 차관에 대해서도 2012년 지소미아 체결 직전 취소됐을 당시 한국 측 담당국장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외교부를 떠났던 조 차관이 얄궂은 운명의 장난처럼 복귀해 프로(전문) 외교가 작동하는 것이 한일관계에 나쁘지 않다”고 평가했다.
한일갈등의 핵심인 강제동원 배상문제에 대해서는 “가와무라 간사장이 20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만나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이른바 '1+1+알파(α)'안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일본 측에선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부금을 통해 원고에게 지급하는 법률을 제정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만약 현재 반발하고 있는 원고인 피해자 측의 동의를 얻어 법안이 마련될 경우 일본 측에선 자국 기업의 자산 매각을 피하면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의 골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고가 위원은 “아베 총리도 '강제 집행(자산 매각) 전에 법 정비가 가능하다면 좋다”라며 총리 비서관에게 한국대사관과의 정보 공유를 지시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경위를 보면 한일 두 나라의 날씨는 변덕스럽지만 그래도 두 개의 파이프가 작동했으면 하는 바람을 이어가고 싶다”고 맺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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