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자유를 아주 값어치 없게 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고서는 존중해달라고도 합니다. 유니클로라는 회사가 우리의 불매 운동으로 타격을 입자 몇 벌 되지도 않는 공짜 선물 행사로 한국인을 농락했고, 그 꼼수에 우리 한국 사람들이 농락을 당했습니다. 그렇게 몇푼어치 되지도 않는 것에 자존심 팔아버리고서는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항변을 합니다. 이것에 대해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어 저의 생각을 나눕니다.
구약성서에 마카베오서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마카베오서는 이스라엘의 독립운동사요 이스라엘의 순교사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남자와 여자를 대표하는 두 인물이 나오는데 하나는 엘아자르라는 노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라면 먹어서는 안 되는 돼지고기를 먹으라고 강요받지만 거부합니다. 이에 그를 회유하려는 사람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이 먹어도 되는 다른 고기를 주며 그것을 먹으면 살 수 있을 거라고 하는데, 물론 그리하면 율법을 어기지 않게 되지만, 그는 그런 식으로 목숨을 구걸하는 것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노인으로서 할 짓이 아니라며 자기의 자존심을 지키며 죽어갑니다. 다른 하나는 일곱 아들을 둔 어머니로서 이스라엘의 신앙 때문에 일곱 아들을 하루 사이에 다 잃게 되는데도 아들들을 어떻게든지 살리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용감히 죽으라고 용기를 북돋는 말을 하고 실제로 일곱 아들이 차례로 죽는 것을 다 지켜봅니다.
이 얘기를 읽으면서 너무 비현실적인 얘기가 아닌지, 이럴 수 있는 어머니가 이 세상에 한 명이라도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물론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없는 것이 아니고 오늘 제가 소개하고픈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님이 바로 그런 분입니다. 그는 안 의사가 돌아가시기 전 이런 편지를 씁니다.
“네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고 생각하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것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걸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다. 아마도 이 어미가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너의 수의(壽衣)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 재회하길 기대하지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거라.”
이런 어머니였기에 안 의사가 나온 것이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민족적 자존감과 신앙인의 자존감을 지킬 수 있었던 겁니다. 우리는 이 정도는 되지 못해도 적어도 이번에 유니클로에 가서 공짜 내복을 받은 사람들처럼은 되지 말아야 할 겁니다. 다른 일본 제품은 사더라도 한국 사람은 냄비 근성이 있기에 얼마 안 가서 자기 제품을 살 거라고 도발을 한 유니클로 제품은 사지 말아야 하는데 내복 한 벌에 민족적이건 개인적이건 자존감을 다 팔아버린 겁니다. 그러면서 선택의 자유가 있다고 하는데, 물론 인간은 선택의 자유가 있어야 하고 선택의 자유는 참으로 소중하지만 그 귀중한 선택의 자유를 자존심도 없이 내복 한 벌에 팔아버린 겁니다. 그러면서 자기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선택의 자유를 우리가 존중해야 하나요?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였기에 사지 못하게 막지는 않았지만 그 선택이 잘 한 거라고까지 할 수는 없는 거지요. 그들은 자존감을 스스로 버려놓고 다른 사람보고는 존중하라 합니다. 사람들은 꽃밭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쓰레기장에 쓰레기를 버립니다. 자존감을 스스로 버려 자기를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놓고 존중하라는 그들의 주장을 존중하기 어렵습니다.
김찬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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