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두전’은 저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있어 큰 성취감을 준 작품이었어요.”
배우 장동윤이 ‘녹두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장동윤은 2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KBS2 ‘조선로코-녹두전’(이하 ‘녹두전’) 종영 인터뷰에서 극 중 화제를 모았던 자신의 여장 연기에 대해 “욕심이 많이 났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지난 9월 첫 방송을 시작했던 ‘녹두전’이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데에는 장동윤의 ‘찰떡같은’ 여장 열연이 있었다. 극 중 미스터리한 과부촌에 여장을 하고 잠입해 자신의 숨겨진 출생의 비밀을 알아내려 하는 전녹두 역을 맡았던 장동윤은 극 초반 완벽한 여장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최근 드라마계에서 남자 주인공이 단발성 여장이 아닌 장기적인 여장 연기에 도전하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였던 만큼, 처음 작품을 제안 받았을 당시 망설임이 크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장동윤은 의외의 답을 전했다.
“잘못하면 흑역사로 남을 수도 있고, 파격적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욕심이 많이 났었어요. ‘여장남자’ 라는 캐릭터는 만들어낼 수 있는 여지들이 많잖아요. 그렇게 연구하고 노력해서 만들어 낸 ‘김과부’라는 캐릭터로 시청자 분들에게 사랑받고, 저 역시 김과부의 열렬한 팬이 됐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워요. 제가 연기했는데도 불구하고 제가 애착을 가지고 시청자의, 팬의 입장에서 보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좋았어요. 그런 점들 때문에 처음 역할을 들었을 때도 ‘노력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싶었고요. 원래 두려움이 없는 스타일이기도 해서, 욕심을 많이 내서 자신감 있게 도전 했던 것 같아요.”
자신감 있는 장동윤의 도전은 결국 시청자들의 호평으로 이어졌다. 여장 연기라는 파격적인 도전에도 ‘이질감이 든다’는 반응 대신 ‘자연스럽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고, 그간 학원물에 출연하며 쌓아왔던 젊은 연령층의 팬덤을 넘어 중장년층 시청층에게 ‘배우 장동윤’을 알릴 수 있는 기회 역시 마련했다.
“이번에 특히 좋았던 게 그런 점 같아요. 비교적 어린 친구들은 원래 저를 알고 있었는데, 나이대가 있으신 분들은 이전까지 저를 잘 모르셨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녹두전’을 하면서 아주머니 시청자 분들이 저를 너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좋았어요.(웃음)”
이어 장동윤은 이번 작품이 자신에게 일종의 ‘콤플렉스’였던 외모가 장점으로 승화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의외의 말을 덧붙여 놀라움을 전했다.
“제가 뭔가 얼굴선이 굵거나 부리부리한 편이 아니잖아요. 그게 사실은 남자배우로서는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욕심내기 마련이니까요. ‘조금 더 선이 굵고, 덩치도 크고 그러면 좋지 않을까’ 하면서 그런 스타일을 동경했었는데 ‘녹두전’ 속에서 여장 연기를 하면서 ‘오히려 내 얼굴이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해 낼 수 있고 더 많은 캐릭터를 연출할 수 있는 데 장점이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시청자 분들도 그런 모습들을 더 많이 좋아해 주셨고요. 또 여장 연기 외에도 이번 작품에서는 깊은 감정 연기나, 액션 연기 등도 많이 보여드렸던 것 같아서 스스로에 대해 고민했던 부분들이 많이 깨지는 기회가 됐던 것 같아요. 백지 같은 이미지가 콤플렉스일 수도 있지만, 스펙트럼을 넓힐 수 계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에 대한 성취감도 들었고. 앞으로 제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도 어느 정도 알 것 같아 더욱 연기에 재미도, 매력도 많이 느꼈죠.”
‘전녹두’ 역할을 위해 엄청난 체지방 감량으로 제작발표회 당시부터 큰 화제를 모았던 장동윤은 몰라보게 달라진 피지컬로 화려한 액션신까지 소화해내며 배우로서 한 단계 성장한 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이번 작품의 또 다른 성취로 ‘첫 액션 연기’를 꼽은 장동윤은 이번 체지방 감량을 계기로 한 이미지 변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평소에 정말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액션스쿨을 몇 달 간 다니면서 합을 맞추고 했었어요. 육체적으로는 근육통이 없는 날이 없었을 만큼 정말 힘들었지만 건강은 최고조였죠.(웃음) 제가 체지방을 빼면서 몸이 건강해지는 식단을 챙겨 먹었던 덕분에 그 당시가 피지컬로는 제 인생 전성기였거든요. 액션 역시 의외로 적성에 잘 맞았어요. 제가 몸 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앞으로 본격적인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하하. 종영 이후 몸 관리요? 앞으로 작품 때문이 아니더라도 신체적으로 뭔가 준비를 해 놓으면 연기할 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온 몸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운동선수처럼 계속 몸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비단 액션 연기뿐만 아니라 다른 연기를 할 때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 할 수 있는 비결이 되는 것 같아요. 과거의 제 볼살을 그리워하시는 팬 분들도 물론 계실 수 있지만, 저는 최대다수 최대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다수결에 따라.(웃음) 아마 지금 모습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을 거예요. 그래서 저도 이제 조금 변하려고요.”
내년이면 29살이 되는 장동윤은 마지막 20대를 앞두고 배우로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솔직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이제 한 달만 있으면 내년에 마지막 20대를 보내게 돼요. 서른 살까지 1년 남은 건데 배우로서 조금 더 변화하고 장르도 조금 더 폭넓게 소화할 수 있게 만들려 해요. 나이가 들면서 할 수 있는 역할의 폭이 더 넓어지잖아요. 특히나 영화판은 3~40대 배우들의 역할이 더 많고, 드라마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보니 미래를 준비할 겸 해서 이미지를 조금씩 구축해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녹두전’은 그런 의미에서 저에게 가능성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게 해 준 작품이었고요.”
한편, 장동윤이 주인공 녹두로 활약하며 사랑을 받았던 ‘녹두전’은 지난 25일 최종회 시청률 7.3%를 기록하며 호평 속 종영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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