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캄보디아 학교에 저희 제품을 소개하러 갔을 때 시큰둥하던 사람들이 ‘우리는 삼성전자 C랩의 지원을 받는다’고 이야기 하자 반색하더군요. 캄보디아 방문 사실을 삼성전자에 알렸더니 회사 임직원들이 현지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태블릿PC도 학교에 기부하는 등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소외계층 아동에게 교육봉사활동을 하던 서울대생 3명이 모여 시작한 스타트업 ‘두브레인’은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하게 발달장애를 진단하고, 게임하듯 쉽고 재미있게 어린이들의 인지능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다. 유엔 주최 대회에서 1등할 정도로 아이디어를 인정받았지만, 이를 사업으로 연결시키는 데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컸다. 최예진 두브레인 대표는 “봉사활동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사업은 서툴렀는데,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하나의 브랜드 스토리를 가진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C랩 제도를 통해 사내벤처를 키우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외부 스타트업으로 지원 대상을 확대하며 시작된 ‘C랩 아웃사이드’가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C랩 아웃사이드’에 선발된 스타트업들에게 1년간 △사무공간 무상 입주 △임직원 식당 및 출퇴근 셔틀버스 무료 이용 △최대 1억원 지원 등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 R&D캠퍼스에선 지난 1년간 이 프로그램 지원을 받은 20개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들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데모데이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는 ‘청년 창업가와 함께 세계로 진출하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동행’ 프로그램의 성과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1일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동행’ 개념을 임직원들에게 강조했었다.
스타트업들이 꼽은 C랩 아웃사이드의 최대 장점은 삼성전자의 ‘후광효과’다. ‘삼성전자가 선택한 스타트업’이라는 한 줄의 기업소개에 전세계 수많은 투자자와 기업들이 벽을 허물었다.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만든 ‘체인파트너스’의 표철민 대표는 “올해 삼성전자의 갤럭시S10과 갤럭시노트10 시리즈에 기본 탑재된 블록체인 지갑에 우리 서비스가 들어가면서 세계 어디에서나 인정 받는 회사가 됐다”며 “2년간 암호화폐 업계가 규제에 막혀 있던 상황에서 삼성전자 지원 덕분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기업 운영 노하우와 네트워크는 스타트업들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모바일 인공지능(AI) 어학 학습 서비스를 만든 ‘에그번 에듀케이션’의 문관균 대표는 “베트남에서 한국어 학습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베트남에서 가장 유명한 유튜버를 삼성전자에서 연결해주는 등 다방면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반려로봇 ‘파이보’를 만드는 ‘서큘러스’의 박종건 대표는 “최근 로봇과 관련해 보험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데, 삼성 보험 계열사로부터 자문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C랩 아웃사이드는 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CSR) 사업의 핵심 개념인 ‘동행’에 따른 프로그램이다. 가진 것을 단순히 나누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 잠재 성장력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향후 5년간 C랩 아웃사이드와 사내 스타트업 양성 프로그램(C랩 인사이드)을 통해 총 500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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