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0일 동아시안컵 개막… 18일 홍콩-중국 이어 한일전 열려
축구협회 “만일 사고 대비 현장대응팀 꾸릴 계획”
대한축구협회가 다음달 국내에서 열릴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는 12월 10일 부산에서 개막하는 동아시안컵 때 송환법 반대시위에서 촉발된 반중(反中) 정서가 큰 홍콩이 중국과 격돌하고,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조건부 종료 유예 결정을 둘러싼 갈등을 이어가는 한국과 일본이 맞붙는데 국가간 관계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 지정 A매치 주간이 아닌 때 치러져 각국이 국내파 선수 점검무대로 여겨왔던 대회였는데, 이번엔 참가국들의 주변 정세와 맞물려 어느 해보다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26일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만일의 사고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현장대응팀을 꾸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칫 일부 관중의 돌출행동이 국제축구계를 넘어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관계 기관과 사전협의를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는 게 협회 입장이다. FIFA는 축구가 정치적 요인을 배제하고 국가간 화합의 장치가 돼야 한단 방향성을 내세우지만 현실에선 전쟁만큼 치열한 대리전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 이번 맞대결을 편히 준비할 수 없다.
협회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일정은 12월 18일 오후 4시 15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 남자부 홍콩-중국전이다. 홍콩은 지난해 11월 진행된 동아시안컵 예선 2라운드에서 2승 1무로 북한과 승점과 골 득실에서 동률을 이뤘지만 다득점에서 북한에 1점 앞서 본선에 진출했다. 홍콩이 한국에서 열린 이 대회(2005ㆍ2013년)에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협회는 처음엔 북한이 참가하지 못하게 돼 ‘흥행 참사’ 걱정을 했지만, 이젠 전혀 다른 차원의 걱정을 하게 된 셈이다. 축구팬들조차 ‘이 시국 매치(국가간 대립이 치열한 시국에 성사된 대결)’란 신조어를 만들 정도다.
걱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홍콩-중국전이 끝난 직후 같은 장소에선 대회 마지막 경기로 한일전이 열린다. 한일 외교관계도 최악인 데다 국내 반일(反日) 감정도 상당하다. 국내 경기장에서 일부 일본 관객이 행여 욱일기를 펼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게 협회의 우려다. 앞서 17일 부산구덕경기장에서 열리는 여자부 경기에선 대만과 중국이 맞대결하는데, 제15대 대만 정부통총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이라 대만 내에서도 벌써부터 이날 경기 결과에 주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12월 18일)경기장 안팎에서 정치ㆍ외교적 구호가 전해질 경우 아시아축구연맹(AFC)이나 FIFA에 제소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자칫 외교적 갈등으로 번질 경우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온라인 예매처(티켓링크)의 해외 구매비율을 수시로 체크하는 한편, 경찰 및 외교당국과 경기장 안팎의 안전을 위해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