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교파, 빈민구제 효율화 위해 군대 조직 본떠 출범
일반 신도는 ‘병사’, 성직자 되려면 사관학교 졸업해야
연말이면 거리 곳곳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퇴근길 길목마다 빨간 자선냄비를 세워두고 ‘짤랑짤랑’ 종소리를 울리는, 제복을 입은 그들. 크리스마스를 전후한 연말, 구세군이 없다면 단팥 빠진 호빵처럼 서운할 거예요. 그런데 말입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구세군의 정체를 묻는 질문들이 온라인 게시판에 등장하더라고요. 종교단체인지, 모금기관인지, 정말 군대인지 모르겠다는 내용입니다.
◇구세군이 종교단체라고?
구세군은 기독교 개신교의 한 교파입니다. 1865년 영국 런던에서 ‘기독교 선교회’로 시작해 1878년 구세군(The Salvation Army)으로 이름을 바꿨어요.
구세군 창립자 윌리엄 부스는 평범한 감리회 목사였어요. 어느날 교회에 빈민들이 오는 것을 신도들이 막고 있다는 사실을 안 그는 이런 차별을 막기 위해 런던 빈민가에 구세군을 창설했다고 합니다. 창립자의 정신에 따라 구세군은 봉사를 중시하며 복지시설 운영과 빈민구제에 앞장서게 됐습니다.
◇그런데 왜 제복을 입어요?
빈민 구제 활동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군대의 틀을 갖고 온 건데요. 그에 맞게 군대처럼 제복을 입습니다. 구세군 조직은 국제본부 아래 유럽, 미주, 아시아태평양, 남아시아, 아프리카 지역부가 있습니다. 1908년에 창설한 우리나라 구세군한국군국은 아시아태평양부 소속입니다.
구세군은 사용하는 용어도 군대와 유사합니다. 처음 들어가 예비병 교육을 받고 입대하면 ‘병사’, 목사는 ‘사관’, 신학교를 ‘사관학교’라고 합니다. 이렇게 군 형태를 갖고 있지만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군대 문화는 전혀 없다고 하네요.
◇구세군은 어떻게 되는 거죠?
우선 입대를 해야 합니다. 지역마다 있는 교회인 ‘영문’에서 예비병 교육을 받고 병사가 됩니다. 교육 내용은 구세군 교리와 역사 등이라고 하네요. 일반 교회의 집사, 장로를 구세군에서는 ‘부교’, ‘정교’라고 부릅니다.
여기까지가 신도이고요. 성직자의 길로 들어서려면 사관학교를 졸업해야 합니다. 과천에 있는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에 입교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2년간 신학을 배우고 졸업하면 ‘부위’가 됩니다. 이 때부터 직업군인처럼 목회자의 길에 들어서는 거죠. 구세군 관계자는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 생활비 정도를 지급한다”고 귀띔해줬어요.
부위 임관 5년 뒤에는 ‘정위’로 진급하고, 또 15년 후에는 참령 계급을 받아요. 특별한 직책이 부여되면 부정령으로 진급한다고 하네요. 그 위로는 정령, 부장이 있는데 구세군 국제본영에서 직접 선출하는 고위직입니다. 세계에서 단 한 사람, 최고 계급은 대장입니다.
◇연말이 아닐 때는 뭘 하죠?
구세군 자선냄비가 연말에만 등장하기 때문에 구세군은 연말에만 활동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하지만 구세군의 봉사는 연중 지속된다고 해요. 아동ㆍ청소년, 노인ㆍ장애인, 여성ㆍ다문화, 긴급구호ㆍ위기가정, 사회적 소수자, 지역사회 역량 강화, 북한 및 해외 등 7대 사업이 계속 진행됩니다. 한여름에는 쪽방촌 주민들에게 삼계탕을 나눠주고, 아동센터 어린이들과 놀이공원을 가기도 해요. 구세군은 재해지역에도 투입됩니다.
◇올해 자선냄비 모금은?
29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종식을 시작으로 다음달 31일까지 올해 거리모금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지난해의 경우 전국 443곳에 자선냄비가 놓였습니다. 여기 투입된 인력은 자원봉사자를 합쳐 총 7만명 정도였다고 하네요. 올해 규모도 비슷할 걸로 보입니다. 구세군 여러분들, 추운 날씨지만 소외된 이웃을 위해 올해도 파이팅입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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