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
지상파 드라마의 몰락이란 말이 무색했다.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23.8%로 종방한 KBS2 ‘동백꽃 필 무렵(동백꽃)’은 서사의 힘을 보여줬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하지 않아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입증했다. 매회마다 나온 명대사는 시청자 사이에서 회자됐다. 출연자들에게도 ‘동백꽃’은 의미가 깊었다. 순박한 시골 청년 황용식으로 분한 강하늘은 연기 변신에 성공했고, 향미 역의 손담비도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데뷔 20년을 맞은 공효진에게도 ‘동백꽃’은 각별했다. 드라마는 지난 21일 막을 내렸지만, 그는 주인공 동백에게 아직 머물러 있었다. 종방 축하연에선 눈물을 쏟기도 했다. 자타공인 로맨틱코미디 여왕에게도 ‘동백꽃’ 출연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종방 축하연에서 운 사람은 공효진뿐만이 아니었다. 차영훈 PD를 비롯해 스태프 모두 그날 눈물바다를 만들었다. ‘동백꽃’을 보내기 못내 아쉬웠음을 보여준다. 화제성과 시청률도 한몫을 했지만, 무엇보다 일하는 내내 재미있었다. 공효진은 25일 오전 서울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예전에는 촬영이 일찍 끝나 집에서 쉴 수 있기를 바랐는데, 그렇지 않았던 유일한 드라마”라고 했다. “출연진뿐만 아니라 임상춘 작가도 마지막 회 이후인 21부와 22부를 (추가로) 쓸 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마침표를 찍기 힘들어했다”고도 밝혔다.
공효진은 눈썰미가 뛰어난 배우다. 그가 출연했던 SBS ‘질투의 화신’(2016)과 MBC ‘최고의 사랑’(2011) 등은 시청률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았다. 늘 새로운 이야기를 추구했기에 가능했던 성공이다. 공효진은 “(내) 개그 코드가 높은 편이기에, 드라마를 고를 때도 코믹한 요소가 유치하면 선택하지 않는 편”이라며 “뻔한 이야기보다는 새롭고 용감한 글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드라마가 영화보다 쉽다고 생각했는데, ‘동백꽃’이 끝난 지금은 마음이 바뀌었다”며 “앞으로 드라마 고르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효진이 연기한 동백은 주체성이 강한 인물이다. 향미의 맥주잔을 휘둘러 연쇄살인범 까불이(이규성)을 제압한 것도 경찰 황용식이 아닌 그였다. 시청자는 물론 공효진조차 대본을 받기 전까진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었다. ‘동백꽃’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드라마였다. 공효진은 “동백이 ‘까불이 족쳐버린다’고 할 때마다 황용식이 말렸는데, 정말 때릴 줄은 몰랐다”며 “차 PD는 연필을 돌려 깎듯 촬영 장면을 (세심히) 편집했고, 임 작가는 대본을 (장면 별로 면밀히) 잘라내 쉽게 버릴 부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찬사가 쏟아졌지만 공효진에게도 고민은 있다. 연기 변신이다. 그는 동백 연기가 전작 배역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라마마다 나름의 변주를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시청자의 시선은 연기력에 대한 호평과 별개였다. 공효진은 세간의 말에 당혹스러워한다. 그는 “지금껏 한 번도 연기가 비슷하단 말을 공개적으로 들은 적이 없는데, ‘동백꽃’을 시작하면서 접하게 됐다”며 “모두가 똑같이 생각할 수 없으니, 배우로서 숙명으로 생각하고 모두가 변신했다고 납득할 수 있도록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효진은 능수능란한 배우다. 대본을 달달 외우기보다는 현장에서의 호흡에 집중해 연기한다. 상대 배우의 말을 경청하다 보면, 본인 대사도 자연스레 생각난다는 것이다. 손담비가 ‘동백꽃’으로 호평을 받은 이유도 공효진의 조언 덕분이었다. 공효진은 “배우 추천을 잘 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이상하게 대본을 보면서 향미가 손담비같다고 생각했다”며 “(손담비가) 처음에는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강박적으로 대본을 외우길래, 새로운 방법으로 연기하면 어떻겠느냐고 노규태 역의 오정세와 함께 자주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공효진은 아직도 하고 싶은 연기가 많다. 이전까지 부자나 운동선수 등 강인한 역할을 주로 맡았기에, 한번쯤은 연약하고 청초한 배역을 해보고 싶다. “시청자 눈물을 쏙 빼놓는 멜로드라마에서 정말 아픈 사람을 맡아보고 싶어요.’동백꽃’에서 초췌한 모습으로 우니까 어머니가 더 어려 보인다고 농담하시더라고요(웃음).”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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