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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자유와 주민 불편 사이… 청와대 앞 집회 ‘뜨거운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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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자유와 주민 불편 사이… 청와대 앞 집회 ‘뜨거운 감자’

입력
2019.11.26 18:32
수정
2019.11.26 23:1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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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야간집회 제한 강수에도 스피커 등 동원 시위

주민들 “2년 방치하다 靑 한마디에 경찰 움직여” 불만

26일 청와대 앞에 각종 농성으로 텐트가 서있다. 고영권 기자
26일 청와대 앞에 각종 농성으로 텐트가 서있다. 고영권 기자

"원래 조용한 동네였는데 청와대와 가깝단 이유로 밤낮 할 것 없이 시위대가 몰려와 시위를 하니 가만 있어도 환청이 들릴 지경이야.”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만난 김모씨(60)는 연일 열리는 시위 때문에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이 동네는 원래 주민들 말곤 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어 주변 집 대부분 대문이나 담장도 없을 정도”라며 “그런데 요즘은 매일같이 시위하는 사람들이 몰려와 고함 지르고 여기저기 슬쩍 대소변을 보고 가는 통에 주민들 생활이 말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청와대 인근 주민들이 연일 이어지는 집회ㆍ시위 탓에 ‘일상 생활을 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 앞길이 개방된 뒤로 집회ㆍ시위가 자유로워진데다 헌법재판소에서 야간 집회ㆍ시위 금지를 헌법 불합치로 결정하면서 청와대 앞이 밤낮 없는 ‘집회 해방구’가 된 데 대한 불만이다. 청와대 앞 시위 소음으로 한-브루나이 정상회담 진행에 차질을 빚은 뒤 25일부터 경찰이 야간집회를 제한하는 강수를 뒀지만 인근 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시위대가 대형 확성기를 철거해 야간 시위를 자제하고 있지만, 주간 시위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일부 시위대가 밤에도 소형 스피커 등을 동원해 시위를 강행하는 등 경찰 조치에도 별반 달라진 게 없어서다.

경찰이 야간집회를 금지한 뒤에도 청와대 인근 풍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청와대 서쪽인 효자동 주민센터 주변은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시위대 200여명이 텐트까지 치고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두 달째 철야 농성이다. 범투본뿐 아니라 민주노총 관계자 50여명도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바로 인근에 설치한 텐트에 머물고 있다.

연일 벌어지는 시위에 주민들의 고통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급기야 청와대 주변에 사는 청운ㆍ효자ㆍ평창ㆍ부암ㆍ사직동 주민 200여명은 이달 초 청와대에 찾아가 고통을 호소했다. 이들은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주민들 역시 주거의 평온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며 “집회 참가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에게 집단으로 몰려와 주민들의 얼굴 사진을 찍으며 위협을 해 어떠한 불편제기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규모 시위가 열리는 토요일엔 소음 신고만 족히 30건 넘게 접수된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인근 주민들이 집회에 따른 불편과 고통을 호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인근 주민들은 주민총회를 열고 ‘집회로 얼룩진 우리 동네 무슨 죄인가요’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집회 자제를 요구하는 침묵 시위도 벌였다. 효자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이모씨는 "시위대가 진입로를 다 막아 손님들이 차도 못 가져오고, 가게 앞 의자에 시위대가 앉아있어 두 달 새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효자동 다른 주민은 “2년 전 주민들이 탄원서를 모아 갔더니 청와대에서 ‘집회 결사의 자유가 주민 생존권보다 우선이다.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만 답했다”며 “이제 와서 대통령이 심기 불편하다고 말하자마자 움직이는 걸 보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주변이라고 집회ㆍ시위를 금지할 마땅한 규정이 없어 경찰이나 관할구청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집회·시위는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기 때문에 어디서든 시위를 할 수 있다. 더구나 지금까진 경호 차원에서 청와대 앞 1km 인근에서는 집회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청와대 100m 앞까진 집회를 할 수 있다. 탄핵 정국 때 법원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허용하면서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집회 규모가 너무 커져서 구청 차원에서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경찰은 “심야집회 제한 조치에도 일부가 야간에 집회를 해서 해산절차에 들어갔다"며 "사법처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김진웅 기자 wo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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