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2019년 은행권 유통수명 추정 결과’

우리나라 지폐의 수명이 최근 1년 사이 최장 6개월, 2000년대 초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신용카드와 간편결제 일상화 등으로 현금 거래 빈도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 5만원권의 수명은 13년6개월로, 주요국 최고액권과 비교하면 중간 수준이었다.
한국은행은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9년 은행권 유통수명 추정 결과’를 발표했다. 은행권(지폐) 유통수명은 한은에서 발행된 신권이 시중에서 유통되다가 사용 불가 수준으로 손상돼 한은에 도로 환수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뜻한다.
올해 기준 지폐 수명은 1,000원권 53개월, 5,000원권 49개월, 1만원 127개월, 5만원권 162개월로 각각 추정됐다. 저액권(1,000원 5,000원)은 물품 및 서비스 거래에 자주 쓰이다 보니, 예비용 현금으로 보관되는 경우가 많은 고액권보다 유통기간이 짧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5,000원권과 1만원권 수명이 1년 사이 각각 6개월 늘었고 1,000원권도 1개월 증가했다. 한은은 △비현금 지급수단 활성화에 따른 현금 이용 감소 △국민들의 화폐 이용 습관 개선을 주요인으로 꼽았다. 이번과 같은 표본추출 방식을 처음 택했던 2001년과 비교하면 지폐 수명 연장은 더 두드러진다. 1,000원권과 5,000원권 수명은 각 24개월, 1만원권은 48개월에 불과했던 당시보다 지폐 수명이 최소 2배(5,000원권), 최대 2.6배(1만원) 늘어났다.
지난해 분석 대상에서 빠졌던 5만원권 수명은 162개월로 가장 길었다. 최고액권인 5만원권을 현금 보유 용도로 쓰는 경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은의 지난해 조사에선 개인의 경우 5만원권의 80% 가량을 예비용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주요국 7개국(미국, 유로존, 영국, 호주, 일본, 스위스, 멕시코)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지폐 수명은 중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액권(1,000원)은 미국(1달러, 70개월)과 호주(5달러, 68개월)에 이어 세 번째로 길었고, 중간액권(1만원)은 호주(20달러, 134개월)에 이어 두 번째였다. 최고액권(5만원) 수명은 영국(50파운드, 492개월), 호주(100달러, 330개월), 유로존(500유로, 235개월), 미국(100달러, 180개월)보다 짧았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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