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측 “기대에 못 미쳐 죄송…최대한 맞춰드리려 했다”
학부모 “어이없고 속상” “업체 답변 황당”
유치원에서 소풍 가는 아이를 위해 도시락 업체에 주문한 2만원짜리 도시락이 가격에 비해 너무 부실한 게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도시락을 주문한 학부모들이 온라인 카페와 커뮤니티 등에 문제의 도시락 사진을 공개하면서 누리꾼들도 함께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논란은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황당한 유치원 도시락 주문기’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자녀가 22일 소풍을 가야 해 학부모들이 인천 지역 업체에 도시락을 주문했으나, 내용물이 부실한 것은 물론 업체 측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이다.
학부모 A씨는 도시락 사진과 함께 업체 측과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일부를 공개했다. 그는 이 글에서 “유치원 엄마들끼리 도시락을 10개 이상 맞췄는데, 아내가 도시락을 받은 후 보낸 사진을 보니 너무 황당했다”며 “2만원짜리 도시락이 편의점 5,000원짜리 도시락보다 못했고, 문자로 항의를 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당연히 감사해야 하는 게 아니냐’였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25일 재차 글을 올려 “사과 연락이라도 올 줄 알았는데 (안 왔다)”며 “아내에게 도대체 어떤 샘플 사진을 보고 시켰냐고 물었는데, 사진을 보고 원래 이런 도시락을 시킨 거였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체인점이라면 본사에 항의를 해야 할 정도의 음식이긴 하다”고 덧붙였다. 그가 공개한 도시락 샘플 사진은 김밥과 유부초밥, 과일 등을 정갈하게 싼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작 받아 든 도시락은 샘플 사진과 다른 것은 물론 2만원짜리라고 하기엔 다소 허술한 모습이었다.
학부모들은 분노했다. 한 학부모는 22일 인천지역 카페에 글을 올려 “아이 도시락을 주문했는데 이게 얼마짜리로 보이냐. 배달된 도시락 내용을 보니 어이없고 속상하다. 이게 2만원짜리 도시락이라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학부모들을 더욱 분노케 한 건 업체 측 반응이었다. A씨가 공개한 문자메시지 캡처 사진에 따르면 학부모 B씨는 업체 측에 “이게 잘해 준 거냐. 2만원이라고 하기엔 너무 부실해 보인다. 보내줬던 샘플과 너무 다르다. 이건 아니지 싶다”고 문제제기했다.
그러자 도시락 업체 측은 “그건 3만원짜리 샘플이고, 어머님이 원하시는 메뉴로 다 넣어 드렸다. 물, 음료 배달까지 다 해드렸는데 불만뿐이지 않냐”며 “앞으로는 직접 준비하시라. 이런 분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어머님 같은 분 안 받겠다. 문자하지 말라”고 답장을 보냈다.
해당 글이 확산되면서 누리꾼들은 “저런 도시락에 2만원을 낼 바엔 다른 데서 어린이 도시락 5,000원짜리를 맞추는 게 낫겠다”(86****) “하루 이틀 장사할 것도 아닌데 아이들 먹는 거면 이윤이 조금 덜 남더라도 맛있는 걸 더 챙겨주지는 못할망정 이걸 2만원짜리라고 파는 업체도 한심하다”(당****), “저게 2만원짜리라고? 진짜 5,000원짜리 편의점 도시락보다 부실해 보인다”(아****) 등의 목소리를 냈다.
논란이 확산되자 업체 측은 25일 보배드림에 글을 올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업체 사장은 “우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어머님들이) 주문할 때 메뉴도 직접 말씀하셨는데, 기대에 못 미친 것 같다”며 “원래 픽업이나 퀵을 이용해야 하지만, 저도 최대한 맞춰드리기 위해 배달도 해드렸고, 음료나 물도 선택해야 하는데 둘 다 넣어드렸다”고 해명했다. 또 “핀잔만 듣고 질책만 하셔서 저 역시 마음이 상했는데, 고객이 만족하지 못해 저 또한 일정 금액 환불도 생각했다”면서도 “게시글을 올리고,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이런 글은 자제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업체 측은 해당 글과는 별도로 보배드림에 글을 올린 A씨에게 비슷한 요구를 했다고 한다. A씨는 26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문자 내용을 보고 화가 나서 글을 쓰게 됐는데, 업체에서는 죄송하다면서도 제가 개인정보나 업체명을 유출하지 않았는데 이를 핑계로 글을 지워달라고 말했다”며 “다른 학부모들도 다들 도시락 내용물이 부실하다고 하고, 업체 쪽 답변이 너무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업체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업체 블로그 사이트를 사실상 폐쇄하고, 핸드폰 전원을 꺼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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