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크레이그 IMF 이코노미스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콘퍼런스에서 진단
“저성장, 저물가 대응한 확장 정책 계속 이어져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의 성장세에 대해 “다소 확장적인 정책에도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세계 전체의 수요 둔화가 이어지는 만큼 좀 더 확장적인 거시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션 크레이그 IMF 아시아ㆍ태평양국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26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과 공동으로 연 ‘2020년 세계경제 전망 콘퍼런스’에서 “수출 부진이 투자를 짓누르고 있다”며 “아웃풋 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의 차이)이 커지고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IMF는 지난달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6%에서 2.0%로 낮추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8%에서 2.2%로 내린 바 있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09년(-0.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3.0%, 내년엔 3.4%를 예상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내년 성장률은 5.1%로 올해(5.0%)보다는 다소 높지만, 세계 경제 성장률 회복세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이그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 성장세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느린 수준이고, 성장세 둔화가 동조화되고 있다”며 “제조업은 하강 국면에 있고,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서비스업만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는 제조업과 투자, 무역의 확연한 둔화 속에 타격이 컸다”면서 “주요 지역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2020년의 성장세 반등은 아시아 보다는 다른 지역 때문”이라고 말했다.
향후 세계 경제를 짓누를 요인으로는 △무역 갈등 증폭 △금융시장 심리 악화 △기후변화 △국제유가 급등 등을 꼽았다. 크레이그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핵심 리스크로 남아있다”면서 “아시아 지역의 투자와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레이그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지역에 퍼진 저성장과 저물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확장적 거시정책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모두 완화할 만한 여력이 있는 나라로 꼽힌다. 그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 통화정책의 여력이 있는 나라도 있고, 일부 국가들은 외부 충격을 상쇄할 만한 재정 여력이 있다”며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장기화 됨에 따른 수요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대응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콘퍼런스를 공동 주최한 KIEP도 주요국 성장세가 올해와 비슷하거나 올해보다 다소 둔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KIEP가 전망한 세계 경제 성장률은 올해 2.9%, 내년 3.2%다.
안성배 KIEP 국제거시금융실장은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신흥국들은 통화정책, 재정정책의 경기부양효과에 힘입어 올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지만, 대내외 갈등이 지속되는 만큼 각국이 추진하는 경기부양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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