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장점마을 암 집단 발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연초박(담뱃잎 찌꺼기)이 최근 10년간 전국 13개 비료업체에 5,368톤이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가 환경부로부터 전국 연도별 연초박 반입업체 현황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에 따르면 전국의 KT&G 담배 생산 공장으로부터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연초박을 공급받아 비료 원료로 쓴 업체는 장점마을의 암 집단 발병을 일으킨 금강농산(2,242톤)과 또 다른 익산의 비료 생산 공장인 삼화그린텍 익산지점(804톤), 경기도 이천의 태농비료산업사(586톤), 경북 성주의 금농비료산업사(476톤), 경북 상주의 태원농산(469톤) 등 13곳이다.
연초박은 300도 이상의 고온 건조 과정을 거치며 상대적으로 많은 1군 발암물질인 담배 특이 나이트로사민(TSNA)을 발생시킨다. 금강농산을 제외한 나머지 12개 업체는 연초박을 고온 건조하지 않고 발효시켜 비료로 만드는 업체로 파악됐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는 연초박의 발효 과정에서도 발암물질이 나오는 만큼 사용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는 “외국의 연구 논문을 보면 연초박을 보관ㆍ저장하는 장소의 온도가 높을수록 TSNA의 생성 농도가 높아진다”며 “연초박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온도가 최대 70도까지 상승하는 만큼 일정량의 TSNA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장점마을 주민건강 실태조사를 맡았던 환경안전건강연구소가 인용한 외국의 자료에 따르면 TSNA는 담뱃잎 보관 장소의 온도가 30도를 넘으면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300도 이상의 고온 건조 과정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발생량이 많지는 않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는 “연초박을 보관ㆍ발효 과정에서도 발암물질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작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사업장 주변 주민의 건강 훼손은 물론 퇴비 사용으로 인한 토양 오염 등도 우려돼 발암물질 발생량의 많고 적음을 떠나 퇴비 원료로 재활용하는 것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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