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작가가 가수 구하라(28)의 전 연인 최종범(28)의 불법촬영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2차 가해를 비판했다.
공 작가는 지난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구하라 님의 비통한 죽음을 애도하며’라는 제목의 녹색당 논평을 공유하면서 “가해 남성(최종범)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들이 직접 동영상을 관람한 것이 사실이라면 처벌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녹색당은 구하라의 사망소식이 전해지자 논평을 통해 “한때 연인이던 가해자의 폭력과 성관계 영상 유포 협박으로 고통받고, 도리어 피해자를 조롱하고 동영상을 끈질기게 검색한 대중에게 고통받고, 언론에 동영상 제보 메일까지 보낸 가해자에게 고작 집행유예를 선고한 판사에게 고통받은 그가, 결국 삶의 가느다란 끈을 놓아버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공 작가는 이에 더해 “2차 가해라며 동영상 공개를 거부하는 구하라 측과 달리 ‘영상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파악된다’며 굳이 영상을 재판장 단독으로 확인한 오덕식 판사, 그리고 내린 결론이 집행유예와 카메라 이용촬영 무죄”라며 “어젯밤부터 관련기사를 보면서 몸이 떨린다”고 비판했다.
공 작가는 다른 게시글을 통해서도 “판결문에 구체적인 성관계 장소와 횟수까지 넣었다고 한다”며 “나이가 이렇게 든 나도 이 정도면 죽음을 생각할 것 같다. 대체 이게 무슨 종류의 지옥같은 폭력인가”라고 비판했다.
구하라는 지난해 최씨를 협박, 강요, 상해, 성폭력범죄처벌에관한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등 혐의로 고소했다. 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실제 재판정에서 단독으로 영상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부는 최씨의 다른 혐의는 유죄로 봤지만 불법촬영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내리며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당시 구하라 측 변호인은 "우리 사회에서 피고인 최종범이 행한 것과 같은 범죄행위가 근절되려면 보다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항소심에서는 부디 피고인에 대하여 그 죗값에 합당한 처벌이 선고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가 ‘2차 가해’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 법원은 재판부의 동영상 확인은 형사소송절차상 통상적인 증거 조사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법원 관계자는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는 형사소송법령상 증거 조사를 해야 하고, 조사를 하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며 “형사소송규칙 134조 8에 따르면 증거가 녹화매체일 경우 재생해서 시청하는 방법으로도 증거 조사를 하게끔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검찰이 신청해 증거로 채택한 이상 증거조사를 안 할 수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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