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호연의 하이킥] 캠페인·매뉴얼·법안…음원 사재기, 이제 꼼짝 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호연의 하이킥] 캠페인·매뉴얼·법안…음원 사재기, 이제 꼼짝 마!

입력
2019.11.27 07:50
0 0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 박경, 딘딘(윗줄), 해명한 바이브, 송하예, 임재현(중간), 전상근, 장덕철, 황인욱(아래줄)이 모두 억울함을 해소할 만한 대책이 준비되고 있다. 각 소속사 제공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 박경, 딘딘(윗줄), 해명한 바이브, 송하예, 임재현(중간), 전상근, 장덕철, 황인욱(아래줄)이 모두 억울함을 해소할 만한 대책이 준비되고 있다. 각 소속사 제공

음원 사재기가 또 다시 가요계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박경이 지난 24일 SNS를 통해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며 이들의 음원 사재기 의혹을 제기한 게 불씨였다. 이후 박경은 해당 게시글을 삭제하고 소속사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사과했지만, 실명이 거론된 바이브, 송하예, 임재현, 전상근, 장덕철, 황인욱 측은 각각 소속사를 통해 "사재기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박경의 발언에 유감을 표했고, 나아가 강경한 법적 조치까지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여기서 논란은 그치지 않았다. 25일 박경이 생방송으로 진행한 라디오도 관심을 받았고, 3년 전 발매된 박경의 '자격지심'은 26일 오전까지 다수의 음원 차트 상위권에 재진입해 있다. 이를 통해 상당수의 네티즌은 박경의 사재기 의혹 제기를 지지하는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박경 소속사 측은 "본 건을 계기로,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현 가요계 음원 차트 상황에 대한 루머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라며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있길 바란다"고 추가 입장을 밝혔다.

박경 외에 딘딘도 최근 SNS에 "기계가 없어질 때까지 음악해서 이겨내겠다. 그저 음악 열심히 하는 다른 뮤지션들이 그들이 쏟은 노력에 비해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지쳐가는 모습이 마음 아프고 화가 난다"는 글을 올려 음원 사재기 의혹을 비판한 바 있다. 음원 시장의 당사자인 가수들도 의심하는 사재기를 어떻게 해야 정말로 근절시킬 수 있을까.

사실 음원 사재기 의혹은 몇몇 인디 가수들의 역주행이 인기를 끈 지난해부터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의심을 받은 가수들은 대부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고,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원 사재기 여부를 밝혀달라'고 진정을 낸 닐로, 숀 측에 '사재기 행위에 대해 판단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회신을 주는 등, 확실한 사재기의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관계부처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음악 시장의 관계자들도 음원 사재기 의혹을 해소하고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 산업 단체들은 지난 22일 '건전한 음원·음반 유통 캠페인 윤리 강령 선포식'을 열고, 자정을 위한 자율적인 노력에 나섰다.

콘텐츠공정상생센터 측이 음원 사재기 신고 창구의 처리 절차를 설명했다. 콘텐츠진흥원 홈페이지 제공
콘텐츠공정상생센터 측이 음원 사재기 신고 창구의 처리 절차를 설명했다. 콘텐츠진흥원 홈페이지 제공

음원 사재기 등 불공정 행위에 관한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콘텐츠진흥원도 이런 음악 산업 단체들의 캠페인의 취지에 공감하며 업무 협력하고 있다. 콘텐츠진흥원 콘텐츠공정상생센터는 지난 8월 음원·반 사재기 신고 창구를 개설했다. 여기 접수된 사안은 사실 확인 및 데이터 분석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에 보고되고, 필요시 수사기관에도 고발되고 있다.

콘텐츠공정상생센터 측 관계자는 음원·반 사재기 신고 창구에 관해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건전한 음원 유통을 위해 꾸준한 모니터링과 자료 분석을 하면서 대안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다만 시작한지 3개월 밖에 안 된 사업이고, 기존에 '사재기'라고 발표된 유형이 없으며, 수백만 건의 자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직은 작은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더 다양한 방안이 준비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내년 5월까지 음원사재기 이슈대응 매뉴얼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 대해 콘텐츠공정상생센터 측 관계자는 "콘텐츠진흥원은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각 음원차트사의 자료를 제출 받고, 서로 논의하는 행정조치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음원 사재기는 음악산업진흥법률에 정해진 범죄 행위이기 때문에 만약 사재기가 의심된다면 검찰이나 경찰에 이첩해 고발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법률에 따른 제재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도 음원 사재기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 5월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인 이 법안에는 소비자 선호에 관한 사안을 왜곡하는 것을 비롯해 보다 자세한 불공정 행위 제재 방안이 담겼다. 이렇듯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은 건전한 음원 유통이라는 같은 취지를 갖는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음원 사재기라는 단순한 행위보다 더 큰 문제는 '알고도 못 잡는 것'이라는 인식에 있다. 이런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많은 분들이 노력을 모으고 있다. 적절한 제재를 통해 음원 사재기가 근절된다면, 오해가 정말 억울할 음원 강자들과 차트에 오를 기회가 적은 가수들 모두 더 좋은 음악을 위해서만 노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캠페인과 법안의 진정한 의미는 실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음원 사재기를 비롯한 불공정 행위가 근절되고, 리스너들의 이용을 넘어 신뢰를 받는 차트가 구성되길 소망한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