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회장 “집회 당장 중단” 촉구
공사장 같은 소음으로 수업, 보행에 지장
청와대 인근에서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정권 퇴진 촉구 집회로 인근 서울맹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학부모의 호소가 나왔다. 이 학교 학부모회장은 경찰에 민원을 제기했더니 집회 참가자로 보이는 사람이 학교로 찾아와 항의까지 했다고 전했다.
김경숙 서울맹학교 학부모회장은 26일 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시각장애로 대부분 수업이 청각과 관련되는데 밤낮 계속되는 확성기 소리로 수업에 많이 방해가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방과후수업으로 교외 보행수업을 할 때 흰 지팡이 소리를 듣고 간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소리로 인해 도로로 진입하는 위험한 상황들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는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지난달부터 집회를 열고 있다. 집회 때 확성기 소음은 공사장 소음과 맞먹는 90dB 정도로 알려졌다. 집회 주간 허용치 65dB을 크게 넘는 수치다. 집회 장소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서울맹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와 통학 시 위험을 막기 위해 학부모들은 종로경찰서에 주변 소음을 통제해달라는 민원을 접수했다. 그러자 대번에 항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김 회장은 “특정 단체만 지목해서 금지 요청을 한 건 아니었는데 일부 단체 분이 학교 안내실에 찾아와 ‘도대체 얼마나 시끄럽냐’며 ‘민원을 또 넣기만 해보라’는 식으로 말을 하고 갔다”고 전했다. 이런 협박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그분들 주거공간에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하루도 못 견딜 것”이라며 “이 지역에는 시각장애인 학생, 시각장애인 성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동에 불편을 많이 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지금 이 상황을 상식적으로 이해한다면 무분별한 집회를 당장 중지해달라”고 촉구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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