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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만장일치’ 우승, 마슬레예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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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만장일치’ 우승, 마슬레예프가 온다

입력
2019.11.27 04:4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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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적 해석ㆍ기교, 차세대 거장 피아니스트… 12월 4일 내한 독주회 

다음달 4일 내한 독주회를 여는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다음달 4일 내한 독주회를 여는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2015년 6월 30일 오후 러시아 모스크바음악원 그레이트홀. 이마와 뒷목을 고동빛 머리카락으로 덮은 스물일곱 살 러시아 청년이 무대에 올라 오케스트라 앞에 자리했다. 연주할 작품은 구소련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무표정한 얼굴로 피아노 앞에 앉은 그가 오케스트라의 도입부를 지나 첫음을 울리자 공연장의 공기는 단숨에 바뀌었다. 관객과 심사위원들은 프로코피예프 곡 특유의 속도감과 실험적 음색을 그대로 살려내는 청년의 연주에 깊이 매료됐다. 드미트리 마슬레예프가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의 만장일치 우승자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차세대 거장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는 마슬레예프(31)가 다음달 4일 내한 독주회를 연다. 러시아 작곡가인 니콜라이 메트너, 니콜라이 미아스코프스키, 표트르 차이코프스키의 곡부터 클로드 드뷔시, 가브리엘 포레의 곡까지 다양한 범주의 레퍼토리를 들려준다. 독주회를 앞두고 이메일로 만난 마슬레예프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우승 이후 내 삶은 아주 흥미로운 방향으로 바뀌었다”며 “피아노는 한번뿐인 인생으로는 그 매력을 다 맛볼 수 없다고 느낄 정도로 끝없는 가능성을 주는 악기”라고 말했다.

드미트리 마슬레예프의 연주 모습. 마스트미디어 제공
드미트리 마슬레예프의 연주 모습. 마스트미디어 제공

마슬레예프는 러시아 시베리아 남동쪽 바이칼 호수와 몽골 국경 사이의 마을 울란우데에서 나고 자랐다. 수도인 모스크바에서 차로 꼬박 3일을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곳이다. 마슬레예프는 어린 시절을 이렇게 돌이켰다. “매년 여름을 시골에 있는 저택에서 지내며 아름다운 바이칼을 여행했어요. 다른 아이들이 그렇듯 뛰어놀기에 바빴죠. 일곱 살에 음악을 시작했는데 사실 울란우데에서 음악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제가 끊임 없이 연습하고 기술을 늘릴 수 있도록 영감을 줬던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가능했지요.” 환경은 녹록하지 않았지만 마슬레예프는 에밀 길렐스,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 등 러시아 피아니스트들과 스웨덴 테너 니콜라이 게다의 앨범을 챙겨 들으며 꿈을 키웠다고 한다.

마슬레예프는 진보적 해석과 기교로 정평이 나 있다. 2017년 데뷔 앨범에 자신이 직접 편곡한 곡을 실을 정도로 자신감도 많다. 마슬레예프의 해석이 깃든 쇼스타코비치 발레 모음곡 3번 중 ‘엘레지(elegy)’는 발매 6개월 만에 애플 아이튠즈에서 4만3,000회 이상 다운로드 되는 등 클래식 애호가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마슬레예프는 이번 내한 공연의 레퍼토리 중 마야스코프스키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주목해야 할 곡으로 꼽았다. 현대적인 제1주제와 고대 음악의 문법을 따른 제2주제가 혼재하는 곡으로,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 마슬레예프는 “잘 알려지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미야스코프스키의 피아노 소나타 2번의 경우 다소 이질적인 음악 언어들이 섞인 흥미로운 곡”이라고 소개했다. 또 “혹시나 이 곡을 처음 접하는 청중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고 했다. 마슬레예프의 독주회는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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