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 감액 규모 차이 큰 상황서 예산소위 협의체 구성도 중단돼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 시한(12월 2일)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앞길이 첩첩산중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원하는 삭감 총액이 13조원 이상 차이 나는 상태에서, 심사를 맡은 국회 예산결산특위 예산안조정소위는 총액을 협상할 협의체 구성에 대한 이견으로 멈춰서기까지 했다. 매년 여야가 막판까지 대립하다 정기국회 회기 만료가 임박해서야 예산안에 합의하는 관행이 올해도 반복될 전망이다.
이달 11일 활동을 시작한 예산소위는 지난 22일 1차 감액심사를 마쳤으나 25일까지 회의를 재개하지 않고 있다. 예결특위는 통상 1차 심사에서 감액ㆍ증액 의견이 제기된 사업 별로 여야 의견을 조율한 다음, 여기서 결정이 보류된 사업에 대해선 각 당 간사를 포함한 비공개 협의체인 소(小)소위에서 최종 협상을 해왔다. 소소위는 비공개 협상이 관행인데 올해는 한국당 소속 김재원 예결위원장이 반기를 들고 나선 상태다.
김 위원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위원장으로 선출됐을 때부터 나라 예산을 밀실에 숨어 나눠 먹는 소소위 악습은 반드시 없애겠다고 약속했다”며 민주당ㆍ한국당ㆍ바른미래당 간사 3인과 자신을 포함한 ‘위원장-간사회의’를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한국당 의원만 2명이 포함된 회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간극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감액 협상은 역대급 고난도다. 정부가 사상 최초 500조원이 넘는 513조 5,000억원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한국당은 14조 5,000억원 순삭감(17조 5,000억원 감액ㆍ3조원 증액)을 목표로 내세웠다. 반면 민주당은 약 1조원 삭감을 주장한다. 1조원과 14조원이라는 막대한 의견 차이를 일주일 만에 좁혀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예산안 처리에 진통을 겪었지만 당시 양측이 원하는 삭감 액수는 5조원 차이(민주당 원안유지ㆍ한국당 5조원 순삭감)에 불과했다.
예결특위 위원들은 이미 시한 내 처리를 포기한 모습이다. 한국당 소속 한 위원은 “국회선진화법 상 11월 말까지 예산 처리가 안 되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는 것이 맞지만, 교섭단체 대표 간 합의가 있으면 시한을 늦출 수 있다는 세부규정도 있다”며 “통상 정기국회 종료쯤 처리됐으니 올해도 마찬가지 아니겠냐”고 예상했다.
다만 시한을 넘긴다 해도 결국 졸속 심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다른 위원은 “지금부터는 건별 협상이 아닌, 3당 원내대표가 총 삭감액을 타협 본 뒤 그에 맞춰 각 당이 포기할 사업을 자체적으로 추려 취합할 수밖에 없다”며 “시간 제약상 하나하나 들여다 볼 수가 없으니 졸속 심사를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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