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범죄 혐의로 처벌받은 미국 네이비실(해군 특수부대) 소속 에드워드 갤러거를 사면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버텨 온 해군장관이 24일(현지시간) 결국 경질됐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전범자 비호를 위해 군 최고위층을 갈아치운 것이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리처드 스펜서 해군장관을 경질했음을 직접 밝혔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갤러거 문제를 다루는 해군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갤러거는 부당한 대우를 받았지만, 그의 주요 혐의는 모두 무죄로 입증됐다”고 했다. 해군이 네이비실에서 쫓아내려 한 갤러거에 대해 “그는 네이비실로서 명예를 지키며 평온하게 퇴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군장관 후임에는 케네스 브레이드웨이트 주노르웨이 대사가 임명됐다.
이에 앞서 조나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리처드 스펜서 해군장관이 그동안 네이비실 문제를 두고 백악관과의 대화에서 ‘솔직함이 부족했다(lack of candor)’며 스펜서 장관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한마디로 스펜서 장관이 갤러거 문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충’을 저질렀다는 뜻이다.
갈등의 중심인 갤러거는 대(對)이슬람국가(IS) 퇴치전 참전 중이었던 2017년 5월 칼로 찔러 죽인 비무장 소년병의 시신 옆에서 사진을 찍은 혐의를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층 유권자를 의식한 듯 갤러거를 적극 비호해 왔고, “그가 유죄 판결을 받을 시 직권으로 사면하겠다”고까지 밝혀 왔다.
재판 결과 갤러거는 소년병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선고를 받았고, 시신과의 셀카 혐의는 인정되어 4개월 구금형과 계급 강등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셀카 혐의에 대한 처벌마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면을 추진했고, 해군은 백악관의 전례 없는 군 사법 절차에 대한 개입에 반발해 왔다. 스펜서 해군장관은 경질 전날까지만 해도 “지금까지 갤러거에 대한 지위 검토 과정을 중단하란 대통령의 지시는 없었다”며 트럼프 대통령 의중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어려운 재선 전투와 탄핵 조사에 직면한 상황에서 군 통수권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더 강조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으로서의 고유 권한인 군통수권을 정치적 이유에서 남용했다는 뜻이다. 경질된 스펜서 장관은 사퇴 서한에서 “장관으로서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하나는 계급을 막론하고 훌륭한 질서와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었다”며 “불행하게도 나를 임명한 최고 지휘관과 나는 더 이상 이 같은 이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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