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일보문학상] “소설 그만둘까 생각할 때, 앞으로 잡아채주는 상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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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국일보문학상] “소설 그만둘까 생각할 때, 앞으로 잡아채주는 상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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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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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 정소현 소설가 인터뷰

2019년 제52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자 정소현 작가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정소현(44) 작가가 7년 만엔 낸 소설집 ‘품위 있는 삶’을 제52회 한국일보문학상 최종 수상작으로 낙점한 뒤, 심사위원들은 이런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렇게 밀도 높은 소설을 쓰려니 (새 책이 나오는데) 7년이나 걸렸나 봐요.” 반은 상찬이지만, 반은 타박이기도 했다. 전작 ‘실수하는 인간’의 신선한 충격을 기억하고 있는 독자 입장에서 7년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묻는 질문에, 20일 서울 중구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만난 정 작가는 “아이 둘을 키우느라 그랬다”며 웃었다. ‘실수하는 인간’을 엮을 무렵 태어난 둘째는 7년간 무럭무럭 자라 여덟 살이 됐다. 주말 부부인 탓에 세 살 터울인 두 아이 육아는 오롯이 정 작가의 몫이었다. 창작과 육아를 병행하다 힘이 부친 어느 날 문득 아이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을 보고, 두 가지를 모두 해내는 것은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년 간 소설쓰기를 모두 멈췄다.

“비슷한 시기에 등단하고 열심히 활동한 작가들을 보면서, 이 사람은 소설 쓰기를 통해 더 나은 삶에 도달했구나 싶어서 부러웠던 적이 있어요. 전 신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열심히 쓴 중견도 아니고. 남들은 애를 둘이나 키웠다고 위로했지만 핑계 같았어요. 나를 작가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오래 했죠. 문학상 후보에 올랐을 때도, 신간이란 게 두 달 반짝하고 사라지는데, 그래도 다행히 (내 책이) 죽기 전에 조금씩 얼굴 비추며 죽는구나 싶은 정도였어요. 근데 상은 꼭 그럴 때 받는 것 같아요. 앞으로 갈까, 뒤로 갈까 고민할 때 앞으로 확 잡아채주는 역할이랄까요. 이렇게 된 이상 이젠 정말 도망 못 가죠.”

어찌 보면 이례적 수상이었다. 출간 당시부터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여러 경쟁 후보작들 사이에서, 초판 소화도 채 못한 ‘품위 있는 삶’은 눈에 띄는 작품이 아니었다. 본심 후보작 10편에도 마지막으로 올랐다. 하지만 네 번의 본심 투표와 반전을 거듭한 끝에 최종 수상작이 됐다. 끝까지 읽어야 결말을 알 수 있고, 끝까지 살아봐야 해피엔딩을 볼 수 있는 ‘반전’은 정 작가 소설과 인생 모두에 적용되는 일종의 모토다.

정 작가는 “소설은 결국 작가가 경험한 세계와 그를 관통하는 정서를 독자와 나누는 것”이라며 “지금의 고통을 작가도 알고 있다는 점이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한호 기자

“호기심은 되게 많은데, 질문을 안 해요. 그러다 보니 늘 한 꺼풀씩 벗겨내며 진실과 새로운 앎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게 소설을 쓸 때도 적용되는 것 같아요. 사실 반전이라는 형식이 우리 삶의 형식과도 비슷해요. 한꺼번에 진실을 알려주지 않고 이쪽과 저쪽을 보여주다가 나중에 가서야 이게 진실이었어? 알게 되잖아요. 고등학생 때만 해도 의대에 가고 싶었는데, 수능을 볼 때 마킹 한 줄이 밀렸어요. 이왕에 망한 거, 정말 하고 싶은 걸 하자 싶어서 예술학과를 갔고, 소설가가 됐고, 상도 받았어요. 약간의 뒤틀림과 불운이 모여 소설가가 됐으니, 인생은 알 수 없죠.”

‘반전’ 이외에도, 이번 책에 실린 소설에는 모든 등장인물들이 죽음에 임박했거나, 죽음 근처에 다녀왔거나, 이미 죽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락사, 변사, 살해, 매몰사고, 자살시도 등 다양한 죽음과 그와 연루된 사람들의 이야기 모음이다. 정 작가는 “죽음에 대한 소설을 쓰며 오히려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어냈다”고 말했다. “책에 실린 소설을 쓴 시기에 저를 키워주신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도 했고, 파릇파릇한 생명인 아이들을 키우면서 오히려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간이 계속 흐르고, 우리는 죽어가고 있고, 어떻게 해도 그걸 막을 수가 없다는 생각. 그런데 죽음과 시간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 보니 오히려 죽음이 가볍게 느껴졌어요. 어차피 우리가 가야 할 길일 테니까요.”

죽음에 대한 소설을 쓰며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어냈다는 작가에게, 소설 쓰기란 결국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한’ 시도에 다름 아니다. “소설은 처음에는 내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화자를, 종국에는 용서할 수 없는 화자를 쓰게 돼요. 그들의 눈과 입을 통해 서술하다 보면 그들마저도 이해하게 돼요. 소설이 아니었으면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타인에 대한 이해에 도달했을까요? 소설 덕에 겨우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기분 때문에, 소설 쓰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어요.”

“엄마를 홀딱 뺏어가던” 아이들은 다행히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소설가 엄마’를 응원하게 됐다. “이번 책을 엮으면서 식사 준비도 소홀하고 하니까 애들이 칭얼대는 거예요. 그래서 둘째한테 ‘그럼 엄마 이제 소설가 안 해야겠어’ 그랬더니 그건 안 된대요. 그럼 평범해진다고(웃음). 어릴 때는 집에 저 책을 도대체 누가 다 읽는 거냐고 물어보던 애들이, 요새는 학교 컴퓨터실에 가서 제 이름을 검색해본대요.”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지만, 덕분에 아이들은 이만큼 의젓해졌고, 덕분에 ‘소설가 정소현’의 귀환을 목격할 수 있게 됐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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