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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내전ㆍ미군 빠진 틈타 IS 잔당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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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내전ㆍ미군 빠진 틈타 IS 잔당 활개

입력
2019.11.25 16:54
수정
2019.11.25 18:4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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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동부 외곽 타주라에 위치한 난민수용소가 지난 7월 2일 공습으로 완전히 붕괴된 가운데, 이튿날 현지 경찰이 건물 잔해들 사이에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타주라=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동부 외곽 타주라에 위치한 난민수용소가 지난 7월 2일 공습으로 완전히 붕괴된 가운데, 이튿날 현지 경찰이 건물 잔해들 사이에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타주라=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말 미군의 공격에 수괴를 잃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북아프리카 리비아를 ‘부활의 전초기지’로 삼으려 하고 있다. 오랜 내전에 따른 극심한 혼란, 지난 4월 미군 병력 철수 이후 대(對)테러 활동 약화 등을 틈타 IS 잔당이 다시 몰려들면서 본격적으로 세력 규합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리비아 정부군은 최근 몇 주 동안 이 나라 중부의 시르테 지역에서 IS 조직원 8명을 체포했다. 무전기를 지니고 자금 송금을 하던 여성 엔지니어, 이른바 ‘슬리퍼셀(Sleeper Cellㆍ잠복 조직원)’인 IS 대원과 접선한 남성 등이었다. 리비아군 고위 관계자들은 “이 지역엔 IS 슬리퍼셀이 상당수 숨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시르테는 IS가 리비아 내 전투원 5,000여명을 보유했던 최전성기 시절, 그 거점 역할을 했던 도시다.

IS의 활동 재개를 시사하는 징후는 더 있다. 시르테 외곽 곳곳에선 IS의 임시 검문소가 운영되고 있다. 남부 사막 지역엔 그들의 캠프도 설치돼 있다. WP는 “IS는 사막에서 연료 운반 중인 트럭을 탈취하고, 무기밀매업자들한테선 세금을 징수한다”며 “조직 규모는 줄었으나, ‘치고 빠지기’ 공격과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하며 신규 대원을 모집 중”이라고 전했다. 리비아 정부의 통치권이 못 미치는 광대한 사하라 사막이 IS의 생존을 돕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해진 건 얼마 전까지 미군과 함께 IS 격퇴전을 수행했던 친(親)정부 민병대가 이제는 반군과의 전장으로 옮겨간 탓이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리비아는 2014년 유엔 주도로 들어선 통합정부, 그리고 동부 군벌 칼리파 히프터의 반군 세력으로 양분돼 있다. 무함마드 하다드 민병대 사령관은 “시르테에서 IS와 싸웠던 우리는 이제 히프터의 타깃이 되어 버렸다”고 말했다. 반군의 공습 위협에 시달리는 민병대로선 ‘IS 토벌’을 위한 남부 사막 지대 순찰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태다.

물론 미군의 IS 격퇴 작전이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지난 9월에도 미군은 IS를 상대로 네 차례의 드론 공격을 퍼부었고, 그 결과 IS 대원 43명이 숨졌다. 그럼에도 리비아의 ‘권력 공백’ 속에서 IS가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한 서방 국가 관리는 “정부군-반군 간 충돌이 이어짐에 따라, IS와 알카에다의 재편성 능력도 점점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미군 철수가 이런 걱정을 더욱 부추기는 모습이다. 리비아군 관계자들은 “미군 대테러 부대가 리비아에 계속 주둔했다면, IS와의 전투가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좌절감을 토로했다.

실제로 시르테는 ‘IS 귀환’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2016년 수백건의 공습을 받아 폐허가 된 지 3년이 흐른 이제서야 인구(18만명)의 80%가 돌아오고 학교들도 다시 문을 여는 등 부활의 기미를 보이는 이 도시가 또다시 IS의 손아귀에 들어갈까 봐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 IS 격퇴전에 참전했던 압델 아지즈 슈그마니(29)는 “내전의 확대는 ‘다에시(DaeshㆍIS를 경멸하는 아랍식 표현)에겐 최상의 옵션”이라며 “사막에서 무기 거래가 늘고, 다에시가 혜택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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