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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사과했다” “그런 사실 없다”… 사사건건 치고받는 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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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사과했다” “그런 사실 없다”… 사사건건 치고받는 한일

입력
2019.11.26 04:4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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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진실 공방 5대 쟁점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및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 중단(한국)과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 재검토(일본)를 맞바꾸며 잦아드는 듯했던 한일 갈등의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합의 내용을 둘러싸고 양측이 진실게임을 벌이면서다. 한일 간 입장이 갈리는 지점은 크게 5가지다.

① 한국, 수출관리 문제점 인정?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4일 ‘한국이 수출관리 문제점을 개선할 의욕을 보였다’는 일본 경제산업성 발표를 겨냥해 “일본이 합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부풀려서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제한이 정당했으며, 한국도 이에 수긍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보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 실장이 불쾌함을 표시했는데도 경산성은 같은 날 트위터를 통해 “(발표 내용은) 한국과 사전에 조율한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② 합의 전제는 수출규제 원상복구?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대상으로 복원하겠다는 게 합의의 전제였는지에 대해서도 말이 엇갈린다. 경산성은 ‘수출규제 조치에는 변함없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도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가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7월 이전으로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출규제 원상복구를 고려하겠다’는 일본 입장을 어떤 경로로 전달 받았는지에 대해선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다.

③ 합의 단초는 누가 제공?

합의가 성사된 단초에 대한 설명도 서로 다르다. 일본 언론은 ‘한국이 21일 WTO 제소 절차 중단 의사를 먼저 알려서 일본이 수출규제 관련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자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3일 일본 정부가 외교 경로를 통해 수출관리 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왔기 때문에 지소미아 종료 통보 효력을 정지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이다 요이치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22일 도쿄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이이다 요이치 일본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22일 도쿄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P 뉴시스

④ 수출 관련 대화, 지소미아와 연관 있나?

양국은 심지어 수출 관련 대화 재개가 지소미아와 연관됐느냐를 두고도 동상이몽 중이다.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라는 강수 덕에 일본이 수출 관련 대화에 임하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일본은 지소미아와는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연장을 한국이 발표하는 시점과 경산성 기자회견이 거의 동시에 이뤄져 ‘전혀 관계가 없다’는 일본 정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⑤ 일본, 사과했나?

합의의 내용과 의미를 둘러싼 신경전은 사흘째 계속됐다. 정 실장은 24일 일본 측으로부터 경산성에서 합의 내용을 부풀려 발표한 것에 대해 사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주한 일본대사관에 항의하자, 일측이 대사관을 통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정 실장 발표 직후 외무성 간부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5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히지만 우리 측은 일본에 항의했고 일본 측은 사과했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실장 발언에 대해 일본 정부 누구도 우리 측에 ‘사실과 다르다’거나 ‘사과한 적이 없다’고 얘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익명에 기대 거짓 정보를 언론에 흘리고 있다는 의심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양국 간 정서적 문제가 있다 보니, ‘자신이 잘했다’는 식으로 외교 성과를 과장하는 일이 잦다”며 “어느 쪽이 완벽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기보단 해석의 영역에서 다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부산=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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