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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청와대 앞 집회 소음

입력
2019.11.25 18: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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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에선 하루 평균 100여건의 크고 작은 집회가 열린다. 이 중 40건이 청와대와 광화문 인근에 집중된다. 청와대 인근 주민센터 등 인기 있는 집회 장소는 한 달치 예약이 끝났을 정도다. 집시법은 소음 제한을 위반한 경우 확성기 등의 사용중지나 일시적인 압수가 가능하도록 규정했지만 경찰의 대응은 무디기만 하다. 단식 투쟁에 돌입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20일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에선 하루 평균 100여건의 크고 작은 집회가 열린다. 이 중 40건이 청와대와 광화문 인근에 집중된다. 청와대 인근 주민센터 등 인기 있는 집회 장소는 한 달치 예약이 끝났을 정도다. 집시법은 소음 제한을 위반한 경우 확성기 등의 사용중지나 일시적인 압수가 가능하도록 규정했지만 경찰의 대응은 무디기만 하다. 단식 투쟁에 돌입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가 20일 청와대 분수대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와 함께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오전 11시 청와대 대정원. 국빈 방문한 브루나이 국왕을 위한 공식 환영식이 열렸다. 청와대 앞에서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가 주도하는 철야 농성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중이었다. 대통령 경호처의 협조 공문을 받은 종로경찰서는 국빈 행사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시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양국 정상이 전통 의장대 사열을 하고 애국가와 브루나이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시위대 음악 소리와 마이크를 이용한 구호가 더 커졌다. 애국가 연주 소리가 시위대 소음에 묻혀 버리는 민망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 2016년 50건이던 청와대 인근 시위 건수는 문재인 정부 들어 10배 이상 폭증했다. 청와대 앞길이 24시간 개방되고 집회ㆍ시위 대응에 경찰력 행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인근 주민들은 집회와 시위가 일상화하면서 확성기 소음과 도로 점거, 노상 방뇨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시위대 등쌀에 이사를 가려 해도 집이 팔리지 않고 가게 매출이 감소하는 등 재산 피해도 막심하다. 국립서울맹학교ㆍ농학교 등 장애인 학생들의 학습권도 침해 받고 있다. 주민들이 수차례 탄원서를 내고 ‘시위를 반대하는 침묵시위’도 벌였지만 소용이 없다.

□ 집회ㆍ결사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이다. 다만 ‘재산 피해나 사생활 침해 우려가 뚜렷한 경우’ 제한할 수 있다. 선진국은 집회 신고 때 확성기 사용 허가를 별도로 내주고 소음 기준을 엄격히 적용한다. 폴리스라인을 지키지 않는 등의 불법 시위에는 무관용 원칙이 철저하다. 국내 집시법도 소음 피해를 주는 확성기, 북, 꽹과리 등의 사용을 제한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주거ㆍ학교 지역에서 주간 65㏈(데시벨), 야간 60㏈로 소음 기준도 정했으나 무용지물이다.

□ 우리 국민은 집회 및 시위의 권리 보장에 민감한 편이다. 한 여론조사에선 10명 중 7명이 ‘집회의 자유 보장을 위해 소음을 감수해야 한다’고 답했다. 사회적 약자들이 내는 공동의 목소리(소음)가 집회의 본질인 만큼 어느 정도 용인돼야 한다고 본다. 헌법재판소가 야간 집회 금지와 국회의사당 등 집회 금지 장소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배경이다. 그렇다고 국민의 행복추구권 등 다른 기본권을 침해해도 괜찮은 무제한적 권리는 아닐 것이다. 집회의 자유와 국민 기본권이 공존할 수 있도록 엄격한 법 집행이 요구된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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