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판을 뒤흔든 초대형 트레이드가 의외의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 11일 울산 현대모비스는 팀 핵심전력인 이대성(29)과 라건아(30)를 주고 전주 KCC에서 리온 윌리엄스(33)와 박지훈(24), 김국찬(23), 김세창(22)을 영입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KCC를 단번에 우승후보로 만들어 주면서 세대교체를 택한 현대모비스의 앞날은 당분간 암울해 보였다.
손익계산은 시기상조지만 두 팀의 명암은 예상과 달랐다. KCC는 트레이드 이후 치른 4경기에서 1승 3패로 부진했고. 반면 현대모비스는 2승 3패로 선전했다. KCC는 이전까지 8승 5패로 3위를 달리다가 9승 8패, 4위로 떨어졌다. 트레이드 후 첫 경기였던 12일 원주 DB전에서 77-81로 패했는데 이대성은 이날 경기에서 야투 10개를 모두 실패하는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다. KCC는 23일 안양 KGC인삼공전에서는 무려 26점 차(64-90)로 대패했다. 극심한 득점 난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경기당 평균 80.4점을 자랑했던 KCC는 트레이드 후 71.25득점으로 뚝 떨어졌다. 국내 최강의 공격수를 둘이나 영입했는데, 결과는 믿기 어려운 반전이다.
반면 현대모비스의 새 얼굴들은 한풀이하듯 코트를 누비고 있다. 특히 트레이드를 통해 유니폼을 갈아입은 6명의 선수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김국찬이다. 김국찬은 지난 16일 친정 KCC와 대결에서 20점을 넣은 데 이어 17일 고양 오리온전에서는 개인 한 경기 최다인 22점을 터뜨리며 잠재력을 분출하고 있다. 20일 삼성전에서도 15점을 기록하며 팀의 주축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부진한 이대성이나 활약하는 김국찬이나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KCC는 25일부터 돌입하는 프로농구 휴식기를 통해 이대성이 부담을 떨치고 팀에 녹아드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희망을 본 현대모비스는 휴식기 이후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의 외국인선수 에메카 오카포가 가세할 예정이다. 전성기를 지났다고는 하지만 KBL리그 역대 최고 경력의 용병이 미칠 파급 효과만으로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무릎 부상에서 회복 중인 함지훈도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 12월 6일 KGC인삼공사전까지 13일 간의 휴식기를 갖는 현대모비스의 ‘새판짜기‘가 성공하면 미래를 본 트레이드 효과는 의외로 빨리 나올 수도 있다는 시선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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