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나보다 나은 계층될 것” 29% 불과
국민 절반만이 한국 사회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층이동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자식세대의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수 있다는 이는 10명 중 3명도 안 됐다. 이에 따라 기부와 자원봉사가 계속 감소하고 각자 스스로 살 길을 찾는 ‘각자도생’ 경향도 심화하고 있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믿을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50.9%로 ‘믿을 수 없다’는 응답자(49.1%)를 간발의 차로 앞섰다. 구체적으로 ‘약간 믿을 수 있다’는 답이 47.7%로 가장 많았으며 △‘별로 믿을 수 없다’ 43.1% △’전혀 믿을 수 없다’ 5.9% 순이었다. ‘매우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한 응답자는 3.2%에 불과했다. 통계청 사회조사는 노동, 교육 등 10개 부문에 대해 매년 5개씩 격년으로 실시되는데, 사회 신뢰도를 묻는 항목은 올해 처음 추가됐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전국의 13세 이상 3만7,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령별로는 20, 30대에서 사회에 대한 불신이 컸다. 20~29세 중 ‘믿을 수 없다’는 응답자는 54.9%였으며, ‘전혀 믿을 수 없다’는 답도 7.9%에 달했다. 30~39세에서도 절반 이상(51.5%)이 한국 사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반면 10대, 40대, 50대, 60세 이상 연령대에선 ‘믿을 수 있다’는 답이 과반을 차지했다. 특히 13~19세는 54.8%가 ‘믿을 수 있다’고 답해 가장 한국 사회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이동에 대한 믿음 역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본인보다 자식세대에서 사회ㆍ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응답자는 28.9%에 불과했다. 2017년(29.5%)보다 0.6%포인트 낮으며, 10년 전(48.3%)과 비교하면 2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 스스로 노력해 본인세대에서 계층이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자는 22.7%로 2017년과 동일했다. 조사대상 중 가장 젊은 19~29세에서도 24.7%만이 본인세대 안에서 계층이동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신뢰가 사라지자 남을 돕는 손길도 줄어드는 추세다. 기부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는 25.6%로 2년 전보다 1.1%포인트 낮아졌다. 기부 유경험자는 2011년 36.4%였지만 매 조사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심지어 ‘향후 기부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도 39.9%로 2017년(41.2%)에 비해 1.3%포인트 줄어들었다. 자원봉사활동 참여 경험이 있는 답도 2년 전(17.8%)보다 소폭 감소한 16.1%에 불과했다.
다만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생활 여건은 개선됐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사회보장제도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올해 60.8%로 2017년 45.9%에서 큰 폭으로 뛰었다. 보건의료서비스 역시 좋아졌다는 평가가 2년 전보다 6.8%포인트 증가한 58.7%로 조사됐으며, 문화ㆍ여가생활 향유 여건도 개선됐다는 응답이 46.6%로 2년 전보다 소폭 상승했다.
한편 취업자 가운데 일과 가정생활 중 ‘일을 우선으로 생각한다’고 답한 사람은 42.1%로 2년 전보다 1%포인트 줄었다. 2015년과 비교하면 11.6%포인트나 감소한 수치다. 반면 ‘둘 다 비슷하다’고 답한 사람은 44.2%로 증가해 ‘일이 우선’이라는 응답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일보다 가정이 중요하다’는 사람은 13.7%로 2년 전(13.9%)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