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5일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선거법 개정안이 오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를 밀어붙이려는 데 대해 “밥그릇 욕심 내려놓으라. 억지로 먹으면 탈 난다”라며 “패스트트랙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불법의 사슬을 끊어내라”라고 주장했다. 황교안 대표는 패스트트랙 철회를 주장하며 이날로 엿새째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황 대표의 단식농성장이 있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의 국회는 온갖 정치적 이합집산으로 바람 잘 날 없는 혼란한 상황”이라며 “정당다운 정당이 몇이나 되는가. 사실상 ‘떴다방 다당제’ 수준이라 힘을 갖고 정부를 견제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은 그대로 두고, 계속 협상을 하자고 한다”라고 언급하며 “공갈협박에 이은 ‘공갈협상’이다. 승부조작 심판이 버젓이 있는데 어떻게 경기를 하느냐”라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만 내려놓으면 그때부터 협상다운 협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ㆍGSOMIA) 종료 ‘조건부 연기’를 놓고 양국 정부가 공방을 벌이는 데 대해 “유치하기 짝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판정승’, ‘완승’, ‘사과 받았다’, ‘사과 없었다’ 등 한일 당국자들의 발언을 소개하며 “이게 무슨 창피한 모습인가. 일본 정부도 국내정치용 여론전을 그만하라”며 “청와대는 막판 지소미아 파기 철회 결정이 진정한 외교적 성과라면 정확한 손익계산서를 공개하라. 지소미아 파기 압박으로 뭘 얻어냈는지 설명하라”라고 촉구했다.
나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지난 22일 지소미아 파기 연장으로 급선회한 배경에 대해 “미국이 총공세에 나섰고, 결국 이 정권도 그 압박을 못 이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한미동맹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한 청와대 정의용 안보실장, ‘한미동맹과 별개’라고 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 ‘미국과 공감대가 있었다’고 한 청와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의 경질을 촉구했다. 그는 “자신들이 어떤 일을 벌이는지 모르고 위험한 사고를 연달아 치고 있는 것이거나, 작정하고 한미동맹을 깨려는 것이다. 무지의 무모함, 아니면 의도된 무모함”이라며 “어느 쪽이든 더 이상 외교ㆍ안보를 맡길 자격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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