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전북 전주시 전주실내체육관. 통로 쪽에 자리한 한 어린이 팬이 경기가 끝나고 퇴장하는 선수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대다수 선수들은 여자 아이가 내민 고사리 손을 그대로 지나쳤다.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프로농구 전주 KCC가 경기를 마친 뒤 퇴장하며 선수단을 향해 손을 내민 어린이 팬의 응원을 무시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구단 측은 “보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KCC는 지난 23일 열린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KGC 인삼공사와의 경기에서 64-90, 26점 차로 크게 패했다. 최근 부진한 경기력을 보인 KCC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고개를 숙인 채 라커룸으로 퇴장했다. 이 과정에서 한 어린이 팬이 선수단을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이에 화답하는 선수는 라건아, 한정원 등 소수에 불과했다. 어린이 팬이 허공에 손을 내밀고, 선수단을 고개를 떨구며 지나가는 모습은 중계 카메라에 그대로 잡혔다.
경기가 끝난 뒤 일부 KCC 팬들은 KCC 온라인 팬 게시판에서 “선수들도 (경기에서) 크게 져서 자존심 상하는 건 알겠지만, 팬들에 대한 최소한은 지켰어야 했다(소**)”며 팬을 외면한 듯한 선수들의 태도를 지적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구단 측은 24일 “팬서비스 관련해 설명해 드린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구단 관계자는 “전날 경기 후 모습은 선수들이 어린이 팬을 무시하거나 팬을 외면한 것이라기보다는 좋지 못한 경기 결과와 내용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스스로에 대해 자책하며 퇴장하는 장면이었다”며 “어린이 팬의 손을 보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구단 측은 또 “그렇다 하더라도 프로선수라면 경기의 결과와 내용, 중계 여부와 상관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팬들의 요구에 답해야 할 것”이며 “특히 어린이 팬이라면 더욱 더 그럴 것”이라며 잘못을 시인했다.

KCC는 특히 해당 어린이 팬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전했다. 구단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구단과 선수단 일동은 팬이 없는 프로는 있을 수 없다는 점과 팬 여러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새기겠다”고 강조했다.
KCC의 공지에도 팬들은 여전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한 팬은 “경기 내용을 자책하면서 대패한 선수들을 끝까지 응원하고 그런 선수들 좋다고 손 내민 어린 소녀 팬 고사리 같은 손 그냥 외면하고 지나쳐도 되냐(서**)”고 꼬집었다. 다른 팬들도 “선수단이 사과해야 한다(곽**)”, “개인의 인성 탓도 있지만, 프런트(구단 운영팀) 탓도 크다. 반성해야 한다(이**)”며 비판했다.
일부는 과도한 지적을 우려하는 의견을 공유하기도 했다. 한 팬은 게시판에서 “선수들도 사람”이라며 “팬이라는 이유로 인격 운운하는 말은 삼가야 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을 수도 있다(zz****)”라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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